[쿠키 지구촌] 최근 중국의 한 인터넷 게시판에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2발이나 떨어뜨렸는데도 왜 일본은 미국을 미워하지 않나”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에 의해 패망하고도 친미 성향이 강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국의 일반적인 인식이 깔려 있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수많은 댓글이 달렸는데 “개가 주인을 미워하는 일은 없으니까”, “강자를 숭배하는 건 일본인의 천성이니까”, “전범국 일본을 망하게 하지 않고 살려준 은혜 때문”이라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또 “누가 일본이 미국을 미워하지 않는다고 했나”, “미워하고 있지만 (이를 드러낼) 용기가 없을 뿐이다”라는 식으로 일본이 속으로는 미국을 미워하면서도 감히 티를 내지 못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밖에 “진주만을 폭격한 일본을 미국이 미워하지 않는 것과 같은 거 아니냐”는 댓글도 달렸다.
일본인의 원폭 관련 대미(對美) 의식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사건이 있다. 아베 1기 내각 때인 2007년 규마 후미오 방위상은 미국의 원폭 투하를 용인하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켜 전격 사임했다. 그는 한 대학 강연에서 “미국은 소련이 일본을 점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원폭을 떨어뜨렸다.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었던 일이고, 이에 대해 미국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요미우리신문은 그동안 일본 정부가 원폭 투하와 관련해 미국에 단 한 차례도 항의하지 않았을 정도로 저자세였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