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도 ‘개념 아이돌’ 있다…“한국의 말과 역사인식 알고 싶다”

일본에도 ‘개념 아이돌’ 있다…“한국의 말과 역사인식 알고 싶다”

기사승인 2013-08-14 18:58:01

[쿠키 지구촌] 일본의 괴짜 걸그룹 ‘모모이로 클로버Z’가 일본 사회의 우경화 경향과 상반되는 ‘개념 발언’을 쏟아냈다.

14일 일본 매체 일간 사이조에 따르면 젊은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古市憲壽·28)의 신간에 모모이로 클로버Z와의 대담이 실렸다. 후루이치는 방송에서 만난 이 걸그룹 멤버들이 헌법 개정 문제에 관심을 나타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전쟁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은데”라고 말한 것에 깊은 인상을 받고 대담을 요청했다. 일간 사이조는 “대담을 읽어보면 그녀들은 예상 외로 본질을 파고들면서 인터넷 우익들이 격노할 만한 반전(反戰) 발언을 연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담에 따르면 모모이로 클로버Z 멤버들은 비록 역사적 지식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전쟁은 사람이 죽는 불행”이란 신념을 굳게 지키고 있다. 일례로 후루이치가 “요즘은 국가 간 총력전보다는 소규모 국지전이 많다”고 하자 멤버들은 “아무리 피해가 작더라도 누군가는 죽는 것이고 자연도 파괴되는 것 아니냐”, “전쟁을 해서 얻는 이점이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현행 평화헌법을 개정해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방침과는 대립되는 입장이다.

멤버들은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원폭 돔, 오키나와의 미·일 전쟁 기록관인 히메유리 평화기념자료관 등을 견학했으며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세균전 부대인 731부대의 생체 실험 비디오를 본 적도 있다고 했다.

최근의 혐한(嫌韓) 풍조에 대해선 “일본에서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과 같이 한국에도 한국의 말이 있지 않냐”며 “그것이 싸움의 계기가 된다면 더 착실하게 한국의 말과 역사 인식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일간 사이조는 이같은 발언에 대해 “조금이라도 자유로운 발언을 하면 ‘在日(재일한국인)’ 딱지가 붙여지고 비난의 십자포화를 받게 돼 연예인뿐 아니라 평론가, 저널리스트까지 겁을 내고 입을 다무는데, 이런 풍토에 개의치 않는 배짱이 놀랍다”고 평했다.

모모이로 클로버Z는 2009년 데뷔한 5인조 걸그룹으로, 일반 대중보다는 오타쿠를 노린 독특한 콘셉트로 인기를 얻어 지난해 말 NHK ‘홍백가합전’에까지 진출했다. 이 걸그룹은 파워레인저풍 복장에 헬멧을 쓰고 나와 ‘가자! 괴도소녀’, ‘Z전설: 끝나지 않는 혁명’같은 오타쿠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제목의 노래를 부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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