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람도 피서갑니다. 근데 신기하게 갔다 오네요

북한 사람도 피서갑니다. 근데 신기하게 갔다 오네요

기사승인 2013-08-17 02:06:01

[쿠키 생활]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우리 국민들은 저마다 산과 바다, 유원지를 찾아 피서를 즐기고 있다. 북한 평양에도 섭씨 30도가 넘는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럼 독재국가 북한에도 피서가 있을까. 정답은 ‘있다’다.

당일치기 피서 즐기는 주민들

북한 주민들도 남한과 마찬가지로 해수욕장이나 유원지 등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다만 전체주의 사회답게 피서를 수백 명이 함께 간다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공장 직원들 전체가 한꺼번에 버스나 기차를 이용해 피서를 떠난다. 대규모 인원인 만큼 버스
수십 대가 한번에 일렬로 떠나는 장면은 장관이다. 도시와 가까운 해수욕장은 전용열차가 한시적으로 운행되기도 한다. 일례로 황해남도 과일군의 진강포 해수욕장과 남포 와우도 해수욕장은 평양과 가깝기 때문에 7월부터 9월까지 일요일마다 평양과 피서지를 오가는 열차가 마련된다. 피서열차와 버스는 매주 일요일 오전 4∼6시에 평양을 출발해 오후 9시쯤 평양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북한 피서의 또 다른 특이점은 당일치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남한 사람들이 2박3일 이상의 휴가를 얻어 이 기간 피서지에서 더위를 식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북한 주민들은 주말을 이용해 주로 다니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의 물놀이장이나 해수욕장은 7∼9월 한시적으로 일요일만 문을 여는 곳이 많다.

또한 북한 피서는 주로 직장별로 조금씩 돈을 보태서 함께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족 단위의 피서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북한의 여름 피서는 한국의 직장 야유회와 비슷하다. 피서지에 가서 각자가 가져온 음식물로 식사와 음주가무를 즐기고 물놀이를 한다. 또 성인 남성들의 경우 카드놀이를 많이 한다는 후문이다.

유명 피서지

북한 주민들에게 여름에 가장 인기 있는 피서지로는 원산의 송도원·명사십리 해수욕장과 함흥의 마전 해수욕장, 남포의 와우도 해수욕장, 금강산, 묘향산 등이다.

해수욕장은 이전에는 평양과 가까운 평안남도, 황해도 지역이 인기가 많았지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집권 이후 강원도 원산지역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북한 당국이 기반 시설을 정비하고 있을 뿐 아니라 평양과 원산은 190㎞ 길이의 고속도로가 뚫려 있어 충분히 당일치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북 소식통은 16일 “차량이 워낙 없어 평양에서 원산까지 버스로 두 시간 정도면 도착한다”면서 “버스 노선도 확충되고, 가격도 편도로 우리나라 돈으로 만원 정도까지 싸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강원도 원산에 있는 명사십리·송도원 해수욕장은 이미 조선시대 때부터 명성을 날리던 장소다. 남북이 나누어지기 전에는 부산 해운대보다 더 유명한 해수욕장이었다. 특히 명사십리는 하얀 백사장과 함께 10여 리에 걸쳐 만발한 해당화와 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기암괴석과 높고 낮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고 폭 50∼100m의 백사장이 6㎞ 길이로 펼쳐진 함경남도 흥남 마전 해수욕장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북한은 각종 오락·편의시설과 함께 이곳을 마전유원지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주로 외국인이나 당 간부들이 이용할 만한 호화시설로,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쉽게 접근하기는 어렵다고 전해진다.

도심 놀이공원이나 수영장, 강변에도 많은 북한 주민들이 찾는다. 평양에는 만경대 유희장이 가장 유명하다. 남한의 놀이공원과 비슷한 만경대 유희장에는 수영장과 대관람차, 관성열차, 관성단차, 회전비행기 등 40여 종의 놀이기구가 준비돼 있다. 물론 동물원도 있다. 평양 창광원 수영장도 인기다. 북한은 최근 이곳에 피서철을 맞아 매일 1000여명의 주민들이 찾아온다고 선전하고 있다. 평양 시내 대동강변도 더위를 식히기 좋은 장소로 손꼽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北, 여가시설 확충 총력… 김정은 체제 안정목적, 롤러스케이트장 건설 해수욕장도 정비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집권 이후 주민들의 여가생활을 위한 시설 확충에 힘쓰고 있다.

16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이 주민 편의시설을 본격적으로 늘린 것은 지난해 7월 김 제1위원장이 준공을 앞둔 평양 능라인민유원지를 시찰하고 난 뒤다. 당시 김 제1위원장은 “이것을 본보기로 온 나라에 인민의 사상 감정, 미적 지향과 요구에 맞는 건축물을 건설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당시 북한 노동신문은 김 제1위원장이 부인 이설주, 동생 김여정 등과 함께 이곳을 방문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무려 43장이나 보도했다.

북한은 원산 해안유희장에 롤러스케이트장을 지난 5월 건설하는 등 평양뿐 아니라 지방 주요 도시에 지었다. 편의시설도 대대적으로 자랑하고 있다. 5월 개장한 평양 해당화관은 6층짜리 건물로 목욕탕과 한증칸, 물놀이장, 식당, 상점, 요리실습, 강의실 등을 갖췄다. 김 제1위원장도 이설주와 이곳을 방문해 관심을 표시한 바 있다.

해수욕장도 대대적으로 정비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6월 김 제1위원장이 마전해수욕장을 찾아 샤워장, 안전감시대, 식당, 숙박시설 등을 둘러본 뒤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세계적 수준으로 다시 꾸려야 한다”며 “수용능력이 큰 현대적인 휴양시설을 새로 지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을 보도했다. 이에 발맞춰 조선중앙TV는 지난 4일 명사십리 해수욕장에 야외 샤워대 등 해수욕에 필요한 설비들이 훌륭히 갖춰졌다고 소개했다. 또 명사십리 해수욕장 주변에 새날호텔(사진)과 갈마호텔 두 호텔이 지난달 새로 개장한 모습도 내보냈다.

북한이 주민 여가시설 확충에 힘쓰는 것은 체제 안정을 위한 목적이 있다고 정부 및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김 제1위원장이 주민들의 놀이까지 신경 쓴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친근한 지도자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제1위원장의 개인적 성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제1위원장은 1992년 9세 때 어머니 고영희와 도쿄 디즈니랜드를 구경하며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김상기 기자
hirte@kmib.co.kr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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