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니엔가오, 즈차이바오판을 아시나요…상하이서 떡볶이와 김밥파는 분식점 ‘장상한품'

라니엔가오, 즈차이바오판을 아시나요…상하이서 떡볶이와 김밥파는 분식점 ‘장상한품'

기사승인 2013-08-25 15:46:01

[쿠키 사회]한국 분식이 중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최초의 한국 분식 프랜차이즈 ‘장상한품(掌上韓品)’이 그 주인공이다.

‘라니엔가오(떡볶이)’ ‘즈차이바오판(김밥)’ ‘한스위빙(어묵)’을 먹으려는 중국인들로 장상한품은 매일 북새통을 이룬다. 장상한품이란 ‘손 위에 한국을 담아가라’는 뜻으로 작은 가게에서 포장 손님만 받던 시절을 떠올려 지은 이름이다.

2평짜리 구멍가게로 장상한품은 창업 5년만에 25~40평 규모의 직영점 10곳을 상하이 중심가에서 운영할 정도로 성장했다. 매장당 월 매출은 한화 7000만~1억원에 달한다. 9월에는 상하이의 번화가 ‘난징시루’에 11호점을 연다. 또 상하이 근교에 식자재 공장을 세우고 베이징, 광저우 등지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장상한품은 2008년 4월 어학연수를 마치고 한국계 회사에 다니던 손하나(34·여)씨가 한국인 유학생 박강민(29)씨와 함께 상하이 인민광장 인근에 연 2평짜리 가게로 시작했다. 작은 가게지만 세련된 느낌을 주도록 손씨가 직접 가게 내부를 꾸몄다. 손씨가 학창시절 꿈꿨던 공주방을 모티브로 해 분홍색으로 벽을 칠하고, 아기자기한 소품을 전시했다. 창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손씨는 전 재산을 털었고 박씨는 학교를 휴학했다.

어렵게 가게를 열었지만 당시 하루 매상은 50~100위안(약 1~2만원)에 불과했다. 분식이 중국인에게 생소한 탓이라 여긴 손씨는 행인에게 무료로 컵 떡볶이를 나눠주며 중국인들의 입맛을 연구했다. 중국음식과의 차별화를 위해 한 음식에서 단맛·쓴맛·신맛·짠맛이 동시에 나는 한국음식의 특성을 살렸다. 또 상하이 사람들의 특성을 고려해 매운맛을 크게 줄였다. 손님들에게 말을 건네 단골도 만들고 덤도 주는 등 ‘한국식 친절함’도 선보였다. 곧 인근 고등학교 학생들이 입소문을 내고 맛집 블로그에도 소개되면서 손님이 늘기 시작했다.

하지만 창업 8개월 만에 가게를 닫아야 했다. 임대인이 가게를 빼라고 요구한 것. 포기하지 않고 4개월 뒤 새 가게를 차렸지만 보증금과 3개월 치 임대료를 사기 당해 다시 한 달 만에 문을 닫았다. 행정 비용을 아끼려고 법적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탓이었다. 손씨는 “중국에서 분식사업은 안된다는게 하늘의 뜻인가 생각할 정도였다”며 힘들었던 당시를 회상했다.

다행히 손씨의 딱한 사정을 들은 중국 지인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꼭 성공해야 한다’며 조건 없이 7만위안(약 1200만원)을 빌려줬다. 손씨가 중국에서 회사에 다니던 시절 알게 돼 동생처럼 지내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의 도움으로 2009년 9월 상하이 ‘차오시루’에 연 세 번째 가게는 6개월 만에 상하이의 ‘명물’이 됐다. 신문과 방송, 심지어 일본 잡지에도 소개됐다. 또 장상한품의 가능성을 알아본 광저우의 투자자가 100만위안(약 2억원)을 투자했다. 실패를 거듭해 온 장상한품의 ‘성공 스토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손씨는 중국의 방송 프로그램 ‘사는 게 너무 달라(生活大不同)’에 출연하는 유명인이기도 하다. 중국판 ‘미녀들의 수다’격인 이 프로그램에서 손씨는 출연 1회 만에 고정 출연 자격을 얻었다. 지난해 2월 가게에 찾아온 방송작가들이 손씨의 입담과 한국 억양이 섞인 중국어를 재밌게 여기고 출연 제의를 한 것이 계기였다.

창업 5년 만에 성공한 사업가이자 인기 방송인이 된 손씨는 자신의 성공 비결에 대해 “어떤 어려움을 겪어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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