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 한 대가 양씨의 눈을 사로잡았다. 독일 벤츠사의 최고급 쿠페 CL500이었다. 이 차의 가격은 무려 2억2000만원. 양씨는 이 차량의 번호를 외워둔 뒤 주점 안으로 들어갔다.
20~30분 정도 주점 안을 배회하던 양씨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문 앞에 서서 오가는 사람을 주시하는 발레파킹 주차원이 양씨에게 다가갔다. 양씨는 그에게 벤츠를 가리키며 “저차 갖고 와”라고 말했다. 주차원이 고개를 갸우뚱 하며 머뭇거렸다. 이날 범행을 위해 나름대로 잘 차려입었지만 보름 전 출소한 양씨는 주차원이 보기에 ‘귀티’가 나지 않았다.
주차원이 의심하는 낌새를 보이자 양씨는 그에게 만원을 건네며 “음료수나 하나 사와라”라고 말했다. 주차원이 음료수를 사러 간 사이 양씨는 잽싸게 키 박스에서 벤츠 차량의 키를 갖고 달아났다. 주차원들이 차량 번호를 쪽지에 적어 키에 붙여놓은 덕분이었다. 450만원을 받고 훔친 차를 팔아넘긴 양씨는 장물업자를 수사하던 경찰에게 덜미를 잡혀 한달만에 다시 감옥신세를 지게 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8일 고가 외제차를 훔쳐 장물업자에게 팔아넘긴 혐의(상습절도 등)로 양모(38)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도난 차량을 장물시장에서 유통한 황모(46)씨도 구속하는 한편 일당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