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현재 20∼40대 부부가 매년 1000만원씩 30여년 동안 4억원을 모아도 안정적인 은퇴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100세 시대를 감안할 경우 이들은 20년 가까이 가난한 말년을 보내야 한다는 관측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임형준 연구위원은 1일 ‘100세 시대 안정적인 은퇴를 위한 개인과 정부의 과제’ 보고서에서 “저금리 기조, 주택가격의 조정 위험 등으로 은퇴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연구위원은 부부가 금융자산 4억원을 저축해놓더라도 은퇴 전의 70% 수준(연 2400만원)을 지출할 경우 60세 정년을 감안하면 길어야 21년, 81세면 저축이 소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자산 4억원은 통계청 가계금융조사의 소득 중간 값인 연 3329만원을 버는 가구가 매년 1000만원씩 30여년을 저축해 모을 수 있는 액수를 상정한 것이다. 또 은퇴 후 자산을 주식 20%, 채권 80%의 비중으로 운영하는 상황을 가정했고 국민연금 소득은 배제했다. 은퇴자산은 평균 주식수익률이 연 6%, 채권수익률이 연 3%이고 물가상승률은 연 2%를 적용했다.
임 연구위원은 “예·적금 금리가 연 7%일 때 저축이 2배로 늘어나는 기간이 10년이라면 금리가 연 3%인 상황에서는 24년에 달한다”면서 “현재의 20∼40대는 자산을 형성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임 연구위원은 정부는 서민들에게 저리 자금을 대출하기보다는 장기저축을 유도하는 방향의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소득공제 한도를 400만원에서 800만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발표한 세법 개정안은 저축성보험에 대한 세제혜택을 400만원 한도의 100% 소득공제에서 12%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세자금 지원 확대에 대해서는 서민의 부채상환 부담을 늘려 장기저축을 저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창 저축과 자산형성이 필요한 젊은 세대와 자산·소득이 많지 않은 가구들도 적지 않은 규모의 대출을 받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대출이 있는 가구에서는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로 인해 대출상환이 우선시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저축을 하기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세세입자에 대한 금융지원 정책을 월세 및 임대주택 지원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연구위원은 “개인들도 100세 시대를 대비해 주거비, 자녀교육비 등 지출을 줄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