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사태 이후…대학가에 부는 ‘종북낙인’, ‘왕따’ 바람

이석기 사태 이후…대학가에 부는 ‘종북낙인’, ‘왕따’ 바람

기사승인 2013-09-10 14:16:01
[쿠키 사회]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이후 대학가 분위기가 좀 이상해졌다는 얘기들이 많이 들려온다. 진보적 소신을 밝혔다가 ‘종북주의자’로 소문이 났다거나 친구 사이의 사적인 대화, 강의실에서 진행된 수업 내용에까지 ‘종북’ 잣대를 들이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정모(26)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당했다. 친구와 대화 중 “국정원의 이석기 수사에 문제가 좀 있는 것 같다”고 무심코 말했는데, 나중에 그 친구가 주위 사람들에게 “쟤는 빨갱이니까 조심하라”는 소문을 퍼뜨렸다고 했다. 정씨는 “통합진보당을 지지하자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자는 것도 아니었다”며 “녹취록 내용만 갖고 지나치게 몰아세우는 것 같아 했던 말인데 오해를 사고 말았다”고 말했다.

대학강사 안모(40)씨는 수업 시간에 진보적 소신을 밝혔다가 한 학생에게 “그럼 교수님은 북한이 좋다는 거냐”는 항의를 받았다. 이 학생에게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는 안씨는 “나는 북한 체제에 대해 비판적임에도 진보적 발언 때문에 종북주의자로 몰리곤 한다”고 말했다.

수업 내용을 이유로 학생이 대학 강사를 국정원에 신고하는 일도 벌어졌다. 경희대 교양대학에서 마르크스경제학과 역사유물론을 가르치는 임승수(38)씨는 9일 “한 학생이 내가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반미사상을 갖고 있다며 국정원에 신고했다”면서 “주위에 신고당한 강사가 또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도 종북 논란으로 뜨겁다. 이석기 의원의 모교인 한국외대 커뮤니티 사이트 ‘훕스라이프’에는 “이러다가 종북 대학으로 낙인찍히겠다. 김일성종합대학 서울캠퍼스라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다” “교내의 종북 척결은 안하나? 학교에서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팸플릿을 돌리고 있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극우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에도 “앞으로는 대학 강의 제목 앞에 ‘좌파용’ ‘우파용’ 등의 표시를 해야 한다”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빨갱이들을 모두 잡아들여야 한다” “이번 기회에 사회 각층에 암약하고 있는 빨갱이를 색출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경희대 이택광 교수는 “독재정권을 경험하지 못한 현재의 20대는 기본적으로 보수 성향이지만 국가안보보다는 개인의 안전을 중시한다”며 “이석기 의원 사태를 지켜보면서 젊은이들이 자신의 안전이 침해되고 있다는 위협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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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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