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생활] 최근 한국소비자원에서는 등산 스틱 가격과 품질 비교 결과를 발표했다. 두랄루민 재질이면서 손잡이가 일자형인 3단 길이조절 제품 12개를 대상으로 길이조절부 압축 강도, 손목걸이 하중 강도, 편심하중 강도, 무게, 길이 등을 시험·평가했다. 그 결과 한국소비자원이 기준으로 삼은 편심하중 강도(등산스틱이 휘어지지 않고 어느 정도 하중까지 견딜 수 있는 지를 알아보기 위한 시험)는 전제품이 모두 기준 미달로 나타났다. 이에 해당 제품 업체들은 전 세계적으로 등산 스틱의 편심하중 강도에 대한 강제 규정이 없고 보통 250N 정도의 제품들이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쓰이고 있다고 항변했다. 또 무게 대비 강도를 비교해야 하는데 그런 고려가 전혀 없었다며 실험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등산 스틱, 안전장비인가? 보행보조용품인가?
전봇대처럼 부러지지 않으면서 깃털처럼 가벼운 등산 스틱이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만 경량성과 강도, 이 두 가지를 함께 갖추기는 쉽지 않다. 요즘에는 국내외 어느 브랜드 할 것 없이 알루미늄에다 아연을 첨가한 두랄루민 7075 재질을 많이 사용한다. 가벼우면서도 비교적 강도가 우수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조사대상이었던 12종의 등산 스틱의 편심하중 강도가 기준으로 세운 400N에 한참 못 미치는 245~350N의 범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실험 기준으로 일본제품안전협회의 SG기준을 따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 아닌, 10년 전 일본에서 만든 사문화된 규정을 갖고 왔다고 주장했다. 이 규정대로라면 국내 브랜드 말고도 현재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브랜드 제품 모두가 기준 미달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번 논란은 등산 스틱을 안전장비로 보느냐, 보행보조용품으로 보느냐의 시각 차이에서 발생한다. 업체 측은 등산 스틱을 평지나 오르막에서 추진력을 얻고 균형을 잡으며 내리막에서는 무릎에 집중되는 하중을 분산시키는 용도로 사용하는 보행보조용품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이 가벼운 제품을 선호하고 전 세계적으로 경량화가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행보조용품으로는 250N정도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소비자원측은 등산스틱을 사용하다보면 자연히 힘이 가해지고 또 힘이 가해졌을 때 부서지거나 휘어지면 넘어져 다칠 수가 있기 때문에 안전과 관련이 돼 있고 안전장비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등산 스틱 품질 실험 결과를 공개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등산 스틱과 관련한 안전기준이 마련돼야 하며 등산 스틱의 강도 또한 보다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남선우 대한산악연맹 등산교육원 원장은 “등산 스틱이 가장 힘을 많이 받을 때는 내리막에서인데 미끄러지거나 해서 순간적으로 체중이 스틱에 온전히 실리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스틱 2개를 합쳐 사용자의 몸무게 정도는 견뎌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만 사용자마다 몸무게와 쓰임도 다르기 때문에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등산 스틱에 편심하중 강도를 안내하는 강도 표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현재 시판되는 3단 두랄루민 소재의 등산 스틱 강도가 250~350N인 만큼 산행 시 체중을 온전히 싣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낭떠러지와 같이 위험한 길을 걸을 때 등산 스틱에 지나치게 의지하다보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등산 스틱이 아직까지 안전장비로서의 기준이 없고 업체에서는 보행보조용품이자 소모품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만큼 사용 중에 등산 스틱이 휘어졌다면 사용자가 임의로 펴서 사용하지 말고 해당 부품을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일부 사람들이 암릉 등반에서 등산 스틱을 잡게 해 타인을 끌어올리기도 하는데 스틱의 강도를 고려해보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산악인 A씨는 “등산 스틱에 경량화 바람이 불면서 과거에 비해 강도가 약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실험을 통해 소비자들이 등산 스틱의 강도를 정확히 알고 제대로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 난 기자 na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