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한국 캠핑, 문화도 매너도 없다

진격의 한국 캠핑, 문화도 매너도 없다

기사승인 2013-09-16 16:01:01

자연보호·공공질서 무시… 무책임한 캠핑 도 넘어

“시설 좋아졌지만 더 불편해”

체계적 계몽·관리 활동 전개 필요

[쿠키 생활] 현재 국내 캠핑 인구는 약 300만명. 50만명으로 추산되던 2008년 이후 5년 새 무려 6배나 늘었다. 캠핑 산업도 한껏 몸집을 불렸다. 업계는 올해 시장 규모가 5000억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캠핑 선진국의 산업군에서도 주목할 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거칠 것 없는 성장 가운데 캠핑 문화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화려한 궁궐을 올렸지만 정작 주춧돌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지난 6월 강원도 춘천시의 명물로 부상하던 소남이섬캠핑장이 잠정 폐쇄됐다. 캠핑명소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주말에만 400여명에 달하는 캠퍼들이 몰렸던 곳이다. 캠퍼들은 떠났지만 섬은 쓰레기와 오물로 뒤덮였고 보다 못한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경상남도 하동군 평사리공원도 무분별한 캠핑으로 홍역을 치렀다. 먹다 남은 고기를 땅에 파묻거나 남은 기름을 함부로 버려 악취가 진동했다. 해먹을 설치했던 소나무는 휘어지고 상처를 입었다. 어렵사리 수소문 한 캠핑장도 단지 하룻밤 쓰고 나면 그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소남이섬이나 평사리와 같은 캠핑장을 찾아 나선다.

캠핑장 운영자도 무책임한 캠퍼들을 상대하는 일이 가장 괴롭다. 캠핑장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막무가내’ 캠퍼들 때문에 캠핑장 운영을 중단한 적도 있었다”며 “밤새 음주와 고성, 댄스타임이 이어지는가 하면 ‘잘 대우해주면 홍보해주겠다’며 너스레를 늘어놓는 동호회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물론 다수의 캠퍼들은 캠핑장 내 기본적 규칙을 알고 지키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일부 캠퍼들의 도를 넘는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A씨는 “캠핑 인구가 50만명일 때의 일부와 현재 300만명일 때의 일부는 차원이 다르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전했다. 캠핑장 운영자 B씨 역시 “캠핑장에서 나가는 폐수의 양이 어마어마하다”며 캠퍼들의 이기적인 행태를 꼬집었다. B씨는 “쓰고 난 후에도 더운물을 그냥 틀어놓고 나중엔 온수가 부족하다고 타박한다”고 말했다.

계수대나 화장실 사용 실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유명 블로거로 통하는 캠퍼 C씨는 “현대적 시설을 갖춘 캠핑장은 늘어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예전보다 불편한 게 더 많아졌다”고 말한다. 캠핑이나 캠핑장에 쓰이는 돈은 커지고 투자 대비 수익을 쫓게 되면서 서로 지키고자 했던 초창기 캠핑 문화는 실종돼 가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 시대의 캠핑 문화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먼저 캠퍼 스스로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경력 캠퍼들을 중심으로 캠핑 에티켓 운동이 전개된다면 효과적일 수 있다. 관련 협회나 연맹의 역할도 중요하다. 일본의 오토캠핑협회는 캠핑장 헌장을 마련해 보다 체계적인 계몽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부에서 진행 중인 공정캠핑, 클린캠핑 등 캠페인은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캠핑 성수기인 7, 8월에 맞춰 5, 6월에 집중하면 효과가 배가 될 것이다.

또한 제도 정비를 통해 캠핑장을 관리하는 지자체의 노력 역시 절실하다. 심형석 캠핑아웃도어진흥원 원장은 “각 지자체는 캠핑장의 이용환경을 특화하고 자체 내규 및 유인물을 만들어 캠핑장을 지역의 관광 파트로 끌어안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캠핑장을 벗어나 문화재나 레저 등 주변 관광자원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실 국내 캠핑은 음식을 만들고 먹는 데 치중된 경향이 없지 않다.

캠퍼들이 원하는 캠핑은 단순하다. 쉴 수 있고, 볼 수 있고, 만날 수 있다면 족하다. 다만 서로 배려하고 나누는 마음이 조금 아쉬울 뿐이다. 더 늦기 전에 젊은 세대를 끌어안고 캠핑 문화의 미래를 차분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다. 성장통은 피할 수 없지만, 산업은 바로 선 문화 위에서 저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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