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 장현준 부장판사 등 재판부가 난생 처음으로 전남 화순군 화순광업소를 방문해 갱도 열차에 오른 것은 8일 오전.
장 부장판사와 배석판사 2명 등은 이날 20여분 동안 길이 2.5㎞의 철길을 따라 지하 400여m 지점까지 내려갔다. 어두컴컴한 갱도 안은 햇빛이 전혀 들지 않아 눅눅했다. 갱도열차는 경사 20~25도의 레일을 타고 덜컹덜컹 쉴새 없이 달리더니 가파른 내리막에 멈춰 섰다.
갱도열차에서 내린 장 부장판사 일행은 비좁은 갱도 안에서 원고와 피고 측의 주장을 꼼꼼히 경청하기 시작했다. 막장 폭파를 위한 전선과 배관이 복잡하게 얽혀 산만하기 이를 데 없는 갱도 내부였지만 정식 재판이 진행되자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양측의 진술과 현장검증이 엄숙하게 진행됐다.
원고는 화순광업소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농지 소유주 50여명. 이들은 화순광업소의 탄광개발로 농지 84필지가 황폐화되는 피해를 입었다며 광업소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맞선 광업소 측은 광산개발로 인해 농사를 짓기 위한 지표수가 고갈됐다는 증거나 합리적 근거는 어느 곳에도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왔다. 결국 재판부가 원고와 피고 가운데 누구의 주장이 타당한지 여부를 직접 따져보기 위해 지하 현장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배석판사 2명은 이날 심리재판 과정을 녹음기에 담는 것은 물론 물이 고여 있는 갱도내부 저수조 사진을 찍거나 지하수를 퍼내는 배관의 작동여부를 직접 점검하는 등 세심한 현장검증을 벌였다.
현장검증 과정에서는 피고 측인 광업소와 원고 측 변호사가 날카로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재판부가 3시간여 동안 둘러본 갱도는 복암2사갱 15~18편, 복암 1사갱 6편의 펌프기계실 등 5곳이었다. 앞서 7일 전남 화순에 내려온 재판부는 화순광업소에서 양측 변호인단의 변론을 들었고 원고 측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해온 농지 84필지를 꼼꼼히 살펴봤다.
장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직접 탄광을 찾아 직접 눈으로 현장을 둘러보는 것은 실체적 진실규명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민을 문턱을 낮추기 위한 재판부의 노력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광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