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들어 1446년에 10월 9일에 반포한 뒤 조선 왕실에서는 한글 편지를 주고받았다.
9일 한글날을 맞아 과거 조선의 왕과 왕후들이 쓴 한글 글씨체가 인터넷에서 화제에 올랐다.
가지런한 글씨체들 가운데 특히 어린 정조의 편지(왼쪽 위)가 눈에 띈다. 정조가 8세 때 세손에 책봉되기 전 외숙모에게 문안을 묻는 편지다.
‘상풍(가을 바람)에 기후 평안 하시온지, (숙모님의) 문안 알기를 바라옵니다 뵌 지가 오래되어 섭섭하고 그리웠는데, 어제 (숙모님께서 보내주신) 편지를 보고 든든하고 반갑사오며 할아버님께서도 평안하시다고 하니 기쁘옵니다 원손’ (이헌 서예관 소장)
조선 17대 왕 효종과 둘째 딸 숙명 공주의 편지(오른쪽 위)에서는 아버지와 딸이 다정하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다. 왼쪽에는 숙명의 문안 편지, 오른쪽에는 효종의 답장이 써있다.
‘문안을 여쭤보고 밤사이에 기체 안녕하신지 문안 올리기를 바라며 날이 갈수록 더욱더 섭섭하여 아무런 할 말이 없습니다.’
‘편지 받아 보고 잘 있다고 하니 기뻐하노라 어제 두가지 색의 초를 보냈는데 보았느냐? 면자등(등불)을 이 수대로 보내노라’ (국립 중앙 박물관 소장)
조선 18대 임금 현종이 숙명공주에게 귤을 보내며 안부를 묻는 편지(왼쪽 아래)도 있다.
‘밤사이 평안히 주무셨는지 여쭤보기를 바라오며 오늘은 정이 담긴 편지도 못 얻어 보니 마음이 그지없었습니다. 이 홍귤 일곱 개는 매우 작고 보잘것없지만 정으로 모은 것이라 보내오니 적다고 하지 마시고 웃으며 잡수십시오.’ (국립 중앙 박물관 소장)
조선 26대 왕이자 대한민국 제 1대 황제였던 고종의 비 명성황후는 거침없이 한글을 써내려갔다.(오른쪽 아래)
‘글씨 보고 밤사이에 아무 탈 없이 지낸 일이 다행으로 여겨지며 여기(왕실)는 주상전하의 문안도 아주 평안하시고 동궁이 지내시는 것도 매우 편안하시니 나는 한결같다 오늘 일기는 봄바람이 춥고 차다 들여보낸 것은 보았으나, 어이하여 이처럼 많이 하였느냐 마음이 편치 않구나 너는 오늘도 (병세가) 가볍지 아니하니 답답하구나 너의 댁(아내)은 나았는지 궁금하다.’ (국립 고궁박물관 소장)
네티즌들은 “어린 정조 귀엽다” “야심차게 시작한 현종의 귀차니즘(귀찮은 일을 몹시 싫어하는 태도)을 볼 수 있다” “폰트로 나왔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지희 기자 chocochun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