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052.0원까지 내려갔다가 전 거래일보다 5원 하락한 1053.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10월24일 장중 기록했던 연저점인 1054.3원을 밑돈 수치다.
원화 강세 흐름은 경상수지 흑자의 영향이 크다. 달러 유입 양이 늘어난 데다 외국 자본들도 신흥국보다 안전하고 수익률이 높은 한국으로 몰려오면서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것이다. 여기에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뚜렷한 개선 조짐을 보였지만, 연내 양적완화 축소에 착수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달러화 가치를 끌어내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연저점을 갈아치운 환율이 달러당 1050원선을 하향 돌파하느냐에 쏠리고 있다.
1050원은 방어할 것이라는 예측이 주류를 이루지만 올해 안에 1035원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목할 것은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여부다. 당국은 지난 10월 원·달러 환율의 일방적인 하락세를 두고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개입에 나서 몇분 만에 1060원대로 끌어올린 바 있다.
전승지 삼선선물 연구원은 “외환당국이 1050원 부근에서 개입해 속도조절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상했던 속도보다 빨리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경우 기업이나 금융기관에서 적응하기가 힘들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원화와 엔화 가치가 반대로 움직이는 ‘원고·엔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 역시 국내 수출산업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산업계로서는 큰 부담이다.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103엔을 넘어서는 등 엔화가치 하락세는 지속됐다. 달러화 대비 가치로 비교한 원·엔 재정환율도 올해 안에 100엔당 1000원대가 깨지는 게 아니냐는 예상마저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연평균 엔·달러 환율이 달러 당 110엔,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이 됐을 때 제조업의 이익이 26조원 증발한다고 분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