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부동산 신탁회사인 A사가 부산 강서구 명지 퀸덤1차 아파트 입주민 8명을 상대로 제기한 건물명도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입주민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분양대금을 원고 명의의 관리계좌로 입금할 것이 신탁원부에 기재돼 있고 신탁원부는 등기와 같은 효력이 있어 원심 판결에 위법이 없다”며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2005년 이 아파트 시행사인 ㈜대한리츠가 국민은행 등 23개 금융기관(대주단)에서 사업자금을 대출받으면서 시작됐다. 대한리츠는 이후 빚을 갚으려고 A사와 부동산담보 신탁계약을 맺고 사건 당사자인 입주민의 부동산을 포함한 462가구에 대해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줬다.
대한리츠는 2010년 “전세 보증금만 내면 아파트 소유권을 이전하고 임차기간 후 완전히 취득하거나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며 피고 등과 이른바 ‘신개념 전세계약’을 했다. 입주민 8명은 각각 1억4000여만원의 전세보증금을 내고 입주했다.
그러나 입주민들은 대주단이 지정한 은행계좌가 아니라 대한리츠 계좌로 계약금과 잔금을 냈고 A사는 모르는 일이라며 소유권 이전을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 사이 대한리츠는 시공사와 함께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파산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5월 “원고(신탁회사) 또는 대주단이 대한리츠에게 전세계약 체결권을 포괄적으로 위임했고 피고(입주민)들은 대금지급 의무를 적법하게 이행했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대한리츠가 피고들과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데 대주단 동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피고들의 전세계약 효력이 원고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에 대법원이 원고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패소한 8가구 입주민들은 보증금을 날릴 처지에 놓였다. 패소한 주민처럼 분양계약서의 지정계좌가 아닌 시행사의 별도 안내 계좌에 돈을 넣은 주민이 300여가구에 달해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부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