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달러화 대비 가치로 비교한 환율)은 오전 9시 외환시장 개장 직후 100엔당 999.62원까지 하락했다.
원·100엔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8년 9월 9일(장중 996.68원) 이후 5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원·100엔 환율은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강하게 작용하며 1000원 선을 바로 회복했다.
하지만 국제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지속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기점으로 2008년 10월 이미 1500원 선을 넘어선 원·100엔 환율은 계속 1200∼1600원 선에서 움직이다가 지난해 말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본격화하자 추락하기 시작했다. 올해 서울 외환시장 개장일인 1월 2일 장중 한때 100엔당 1503.19원을 기록했지만 1년 만에 500원 이상 떨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1년 사이 원·엔 환율이 3분의 2토막 났지만 엔저 기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가지만 일본은 계속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일본이 내년 소비세 인하를 앞두고 지금보다 양적완화를 더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엔 환율 추가 하락세가 현실화한다면 한국 기업들이 수출 시장에서 악영향을 받는 등 한국 경제의 활력 제고에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과 경합하는 3대 부문인 전자·기계·자동차 업계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산업계 내부에선 엔저 현상이 이미 1년 가까이 지속된 데다 대일 수입의존도가 큰 소재·부품 부문에선 수출 경쟁력에 유리한 측면도 없지 않아 전체적인 여파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도 나온다.
정부 역시 엔화 약세의 영향이 아직 제한적이지만 해외시장에서 한·일 수출품목간 경쟁이 심화하고 대일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일수출의 경우 올해 10월까지 철강제품이 24.6%, 휴대전화 22.2%, 반도체가 14.8%의 감소세를 기록한 바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엔저로 큰 피해를 보는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미시 지원책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수출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 등을 통해 수출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을 우선 모색하고 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진출 및 수출지원을 확대하는 대책을 내년 중 마련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원·엔 환율은 재정환율이므로 한국 정부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면서도 “원·엔 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주는 것은 어려운 만큼 미시적인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