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우리·하나금융그룹은 회장 연봉을 지난해보다 30~40% 줄이겠다는 뜻을 금융감독원에 전달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4대 그룹 중 2곳은 30% 중반대, 나머지 2곳은 40%를 삭감하기로 했다.
KB금융 임영록 회장, 신한금융 한동우 회장, 우리금융 이순우 회장,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의 평균 연봉은 20억~30억원 수준이다. 이번에 연봉이 30~40% 깎이면 평균 15억원 안팎이 된다.
대형 금융그룹들이 금융당국의 압박에 굴복한 모양새다. 금감원은 그동안 “금융사의 영업실적은 악화되는데 최고경영자(CEO) 보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며 성과보수체계의 개선을 요구해왔다.
금감원이 지난해 하반기 금융사 성과보수체계를 점검한 결과 CEO 보수는 영업실적이 좋을 때는 증가하지만 나쁠 때는 감소하지 않는 하방경직성을 보였다. 또 일부 회사는 CEO 급여 대부분을 고정급으로만 지급해 영업실적과 연동되지 않았고, 실적이 떨어져도 성과보수가 70~80% 보장되도록 성과평가 방식을 자의적으로 운영해왔다.
이번 연봉 삭감 방침은 금융공기업 수장들의 연봉 삭감 규모와 비슷하다. 앞서 정부는 산업은행장과 수출입은행장의 기본성과급 상한을 기본급의 200%에서 120%로 낮췄다. 연봉으로 따지면 20~40% 줄어든다.
금융당국은 금융그룹 회장의 연봉을 토대로 지주사가 성과보수체계를 조정하고 이것이 계열사 경영진에 순차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전망한다. CEO에서 시작된 연봉 조정이 계열사 임원들까지 이어질 것이란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금융권에 연봉 삭감 회오리가 몰아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금융사 임원 성과보수체계는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지만, 투명성과 합리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불합리한 운영사례는 즉시 바로잡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