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롯데·농협카드에서 1억 건이 넘는 고객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아직 피해고객이 누구인지조차 파악되지 않아 고객 불만이 커지고 있다. 피해 고객이 특정되지 않은 상황이 길어지면서 전화금융사기 등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5일 해당 카드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해 이르면 이번주 중 피해 구제절차 등을 고객에게 알리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가 피해고객들에게 2차 피해 유의사항을 직접 알려 피해 확산을 차단하라고 해당 업체들에 주문한 지 일주일이 넘도록 카드사조차 피해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해당 업체들의 후속 대책은 홈페이지에 고객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사과문을 게재한 것이 전부다. 한달 여 전 정보 유출 건이 적발된 한국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도 지난 13~14일에야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일부 고객에게 피해사실을 공지했다.
이 와중에 카드사들이 유료 신용정보보호서비스 영업을 재개해 도덕성 논란도 일고 있다. 신용정보 보호서비스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나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가 고객에게 신용정보 변동 내용을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알려주고, 명의보호·금융사기 예방 등 고객 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유료 부가서비스다.
카드사들은 지난 10일 금융당국 요청에 따라 이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는데, 이 중 신한·삼성·우리카드가 불과 사흘 후인 지난 14일부터 다시 서비스 판매를 재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씨카드도 영업 재개를 검토하는 단계고, 현대카드는 애초에 판매를 중단하지도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료인데도 서비스라고 이름을 붙이고 최근 금융권 정보 유출로 대내외 상황이 좋지 않아 관련 상품 판매 자제를 요청했었다”면서 “정보 유출 해당사가 아니라고 금융 당국의 요청을 무시하는 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금융권에 유례없는 정보 유출 사고가 터진 상황에서 금융사가 고객의 불안감을 이용해 유료 정보보안 서비스 판매를 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