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은 9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테이퍼링 강도가 강해지거나 속도가 빨라질 경우 신흥국 경제가 상당한 충격을 받으면서 세계 경제 성장률이 대폭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세계은행이 지적했다”고 소개했다.
당초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테이퍼링 결정 이후 고위험·고수익 자산에 투자됐던 외국자본이 급속히 유출, 환율·주가·채권의 ‘트리플 약세’가 우려되는 국가로 이른바 ‘F5(Fragile 5·5개 취약국가)’를 꼽았다. F5는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악화된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등을 말한다. 영국의 슈뢰더 투자신탁운용은 F5에 단기 외채 상환능력까지 감안해 헝가리, 칠레, 폴란드 등 3개국을 더해 ‘E8’(Edgy 8·벼랑 끝 8개국)라고 규정했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자본유입 중단에 이은 대규모 자본 유출 발생으로 인해 E8 국가의 외화유동성이 고갈되고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와 유사하게 기업과 은행들이 극심한 자금난에 직면하는 서든스톱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원은 신흥국 취약성 노출 측정 지표로 총대외자금조달필요액(GEFR)을 제시했다. GEFR는 단기외채와 연간 경상적자 규모를 합친 것으로, 외환보유액을 GEFR로 나눈 비율이 충격을 감내할 수 있는 연수로 이용된다. 지난해 2분기 기준으로 터키는 이 비율이 0.9배였고 칠레 1.0배, 인도네시아 1.2배, 남아공 1.2배, 헝가리 1.7배, 브라질 2.0배, 폴란드 2.1배로 나타났다. 즉, 급격한 자본 유출이 발생할 E8국가의 경우 대부분 2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얘기다. 반면 우리나라 중국은 이 비율이 각각 8.5배, 10.7배로 산출됐다.
연구원은 “향후 신흥국 정책당국자들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나 중국 그림자금융 잠재위험, 유로존 디플레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을 보다 신중히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