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결혼 정녕 꿈인가요?…선우 매칭 서비스 40일간 성혼율 '제로'

장애인 결혼 정녕 꿈인가요?…선우 매칭 서비스 40일간 성혼율 '제로'

기사승인 2014-02-10 08:25:00

[쿠키 사회]“일을 하다 다쳐서 한쪽 다리에 의족을 차고 있습니다. 실례지만 만남이 가능할까요….”(경기 성남의 38세 회사원 최모씨가 34세 여성 공무원 신모씨에게)

“시력이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의 밝은 성격으로 감출 수 있는 부분입니다. 첫 프러포즈라 많이 떨리네요.”(43세 기업인 이모씨가 41세 중소기업 여사무원 권모씨에게)

결혼정보업체 선우에 가입한 장애인 남성들이 비(非)장애인 여성에게 보낸 온라인 쪽지 내용은 이랬다. ‘실례지만…’ ‘용기를 냈습니다’ ‘처음 고백합니다’ 같은 구절이 많다. 장애 탓에 한 번도 연애를 못해본 이들이 생각해낸 호감 표현은 이런 식이었다.

지난해 12월 30일 선우는 ‘장애인 매칭 서비스’를 시작하며 장애인 회원을 위한 온라인 만남 공간을 새로 열었다. 40일이 지난 지금, 용기 내서 결혼에 도전한 이들은 얼마나 진도를 냈을까.

인터넷 쇼핑몰 영업관리팀장인 강모(37)씨는 어려서 심한 열병을 앓고 청력이 나빠졌다. 귀에 대고 말해야 간신히 들린다. 입 모양으로 말을 이해하는 독순법(讀脣法)을 거울 앞에서 피나게 연습했다. 덕분에 무리 없이 대학을 졸업해 직장인이 됐지만 자격지심인지 부끄러움이 많다. 좋아하는 여성에게 말을 거는 건 상상도 못했다. 연애 경험은 당연히 없다.

사회복지사 김모(30)씨도 비슷한 경우다. 오른 다리를 절고 오른손 사용이 불편하다. 결혼 상대자를 찾지 못해 2012년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려 했다. 그런데 입국한 예비 아내는 임신한 상태였다. 놀란 김씨는 그를 베트남으로 돌려보낸 뒤 ‘솔로’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처지의 장애인을 위한 선우의 매칭 서비스는 온라인에서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아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과정을 모두 회원들이 직접 진행토록 하고 있다. 장애인을 만나고 싶은 비장애인도 이 온라인 공간에서 상대방 프로필을 검색할 수 있다.

반응은 뜨겁다. 서비스에 등록한 장애인은 모두 308명. 40일 만에 장애인 회원끼리는 16차례,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28차례 만남이 성사됐다. 상견례까지 이어진 경우도 서너 차례 있었다. 그러나 많은 경우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못한 채 답보 상태다. 가장 큰 문제는 장애인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양가 부모가 인사를 나눈 커플들도 막판에 비장애인 가족의 반대로 결국 결혼은 무산됐다. 장애인 매칭 서비스를 시작하자 기존의 비장애인 회원들이 ‘이미지가 나빠진다’며 탈퇴하기도 했다. 선우 관계자는 “비장애인 여성 회원에게 장애인과 만나보겠냐고 물었던 적이 있는데 그 어머니가 회사로 찾아와서 ‘우리 딸을 뭘로 보느냐’고 항의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회원 간 기대치가 다른 점도 난관이다. 장애인은 비장애인 배우자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장애인을 만나려는 비장애인은 “좋은 사람 같은데 한번 만나나 보자”고 가볍게 생각하곤 한다. 이웅진 선우 대표는 “종종 호기심에서 장애인을 만나보려는 비장애인 회원도 있다”며 “서로의 기대를 절충해 가는 과정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선우가 장애인 매칭 서비스를 시작한 건 1990년 창립 직후 4차례나 찾아왔던 A씨 때문이다. 서울 장안동 공장에서 근무하는 25세 청년이었다. 오른 다리를 절었던 그는 이 대표에게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며 “좋은 사람과 결혼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했다. 당시 5만원이던 가입회비에 2만원을 더 얹어 내밀며 간곡히 부탁했다.

백방으로 뛰었지만 A씨를 만나겠다는 여성을 찾지 못했다. 결국 아는 여성에게 “한 번 만나봐 달라”고 사정했다. 어렵게 이뤄진 만남에서 A씨 이야기를 건성으로 듣던 여성은 15분 만에 “부탁에 못 이겨 나왔다”는 말을 남기곤 일어섰다. A씨는 “다시는 여자를 만나지 못할 것 같다”며 발길을 끊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장애인 매칭 서비스가 나오기까지 24년이 걸렸다.

보건복지부의 ‘2011년 장애인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성인남녀 장애인 중 41.9%가 미혼이다. 기혼자 중 77.4%는 결혼 이후 장애가 생긴 이들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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