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잠잠하다 다시 확산
지난 6일 이후 조용하던 AI가 충북과 전남·북의 농가에서 추가로 발병했다. 16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충남 청양의 닭 농장과 천안의 육용오리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됐다. 전북 정읍 양계농가와 전남 영암의 육용오리농장에서도 AI 바이러스 감염이 각각 확인됐다. 또 이날 김제의 한 오리농가에서도 의심신고가 들어왔다.
여기에 철새들의 감염사례도 늘고 있다. 강원에서는 처음으로 원주 섬강 주변에서 채취한 철새 분변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충북 청주시 미호천변에서 채취된 철새 분변에서 검출된 AI 바이러스도 고병원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방위 방역에도 불구, AI가 다시 드세고 피해 범위도 늘고 있어 “3∼4월에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처음 만난 ‘H5N8’ … 이미 379만 마리 매몰
이번에 발병한 AI는 모두 ‘H5N8’형이다. H5N8형은 국내에서는 처음이었다.
지난 한 달간 AI가 발병한 농가는 모두 20곳에 이른다. 이로 인해 178개 농장의 가금류 379만여 마리가 살처분·매몰됐다. 이는 2006∼2007년 2차 AI 사태 때 살처분한 280만 마리를 넘어선 규모다.
이로 인해 오리·닭 사육농가들의 시름과 고통이 깊어지고 있다. 더불어 관련 음식점들의 슬픔도 계속되고 있다.
전북 김제의 한 닭 사육농은 출하가 막히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끓여 먹으면 아무 문제없다”는 당국의 발표에도, 소비가 급격히 줄면서 관련 음식점의 매출은 크게 떨어졌다.
방역 전쟁 … ‘묻지마식’ 살처분 논란도
방역당국은 AI 확산을 막기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다. 16일 기준 살처분·매몰 작업에 투입된 인원은 1만910명. 여기에 674개 이동통제 초소에 13만7621명이 동원됐다. 살처분 작업에 투입된 충북 진천군의 한 공무원이 12일 뇌출혈로 쓰러졌고 충남지역 공무원 2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묻지마식’ 살처분이 늘면서 동물보호단체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AI 판정을 받은 농장에서 반경 3㎞ 내 위험지역 가금류를 예외 없이 매몰 처분하고 있지만 사회단체와 동물보호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읍=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