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곤색 양복에 노타이 차림으로 수원지법 형사12부 법정에 들어선 이 의원은 선고공판 전만해도 웃음을 띠며 주위를 둘러봤다. 방청석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기도 했다. 변호인으로 참여한 이정희 통진당 대표도 재판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의원의 여유로운 표정은 그러나 재판부가 판결문을 읽어나가면서 점차 굳어지기 시작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이 472 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으로 작성됐다”면서 “이 법정에서는 재판장이 판결 이유의 요지만을 설명하고 주문을 낭독하겠다”고 했다. 재판장은 “그래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판부는 이 의원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석기 의원이 가지고 있던 김일성 저작집 ‘세기와 더불어’ 및 북한 영화들이 국보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북한영화 DVD 한편은 재생이 안돼, 무죄로 판단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긴장한 듯 코를 만지고 천장을 잠깐 바라보았다.
재판부가 이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이 의원은 재판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재판부가 이른바 지하혁명조직이라는 RO의 실체 등을 인정하고 이어 내란음모 및 내란선동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자 이 의원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수원=국민일보 쿠키뉴스 나성원 기자,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