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예상대로 강력히 반발했다. 그렇지 않아도 껄끄러운 양국 관계가 더욱 경색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2010년과 2011년에도 달라이 라마와 만난 적이 있다. 중국은 특정 국가 지도자가 티베트 독립을 주장해 온 달라이 라마를 만나는 것 자체를 내정간섭으로 간주해 왔다.
백악관은 이를 의식한 때문인 지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통상 외국 정상 등을 접견하는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Oval Office)’가 아닌 백악관 1층의 사적 공간인 ‘맵룸(Map Room)’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난 것도 사안의 민감함을 고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또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미국은 티베트를 중국의 일부로 인정하며 티베트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회동과 관련, ‘신형 대국관계’를 내세우며 주변국에 고압적으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계산된 외교적 제스처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말 중국이 일방적으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재설정한 데 이어 조만간 남중국해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헤이든 대변인은 “미국은 중국에서의 인권과 종교 자유를 강력하게 지지한다. 중국 내 티베트에서 긴장이 지속되고 인권 상황이 악화하는 점을 우려한다”며 중국의 아픈 곳을 찔렀다.
중국은 근래 보기 드문 격렬한 어조로 미국을 비난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오바마-달라이 라마 회동 관련 외신 보도가 나온 직후 홈페이지에 “우리는 엄중한 우려를 표명한다. 이미 미국 측에 엄정한 교섭(항의)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또 “시짱(티베트)사무는 중국의 내정에 속하는 문제로 어떤 국가도 간섭할 권한이 없다”며 “미국 측이 지도자(오바마 대통령)와 달라이 라마의 회견을 마련한 것은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며 국제관계의 준칙을 엄중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워싱턴·베이징=국민일보 쿠키뉴스 배병우 정원교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