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사는 박모(60·여)씨는 8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30대 두 딸과 함께 지내왔다. 두 딸은 고혈압과 당뇨를 앓아 외출이 어려울 정도로 몸이 불편했다. 박씨는 식당일을 하며 세 식구 생활비를 벌었다. 힘든 와중에도 월세는 한 번도 밀리지 않았다.
한 달 전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박씨는 넘어져 크게 다쳤다. 식당을 그만둬야 했고 수입이 사라지자 월세 내기도 빠듯했다. 전기세 등 공과금은 계속 밀렸다. 살길이 막막했던 박씨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26일 오후 9시20분쯤 송파구 단독주택 지하 1층에서 박씨와 두 딸이 숨져 있는 것을 집주인 임모(73)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발견했다. 임씨는 경찰에서 “일주일 전부터 방에서 TV 소리만 나고 인기척이 없어 의심스러운 생각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모녀의 지하 1층 방 창문은 청테이프로 막혀 있었다. 박씨 모녀가 옮겨놓은 침대 때문에 방문도 열리지 않는 상태였다. 방 두 칸에 화장실 하나가 딸린 집안 곳곳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남아 있었다. 방은 이불 두 채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비좁았고 벽지는 누렇게 변한 상태였다.
방에서 현금 70만원이 든 봉투가 발견됐다. ‘주인님 공과금 밀려서 죄송합니다’라고 쓴 메모도 들어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인 출입이나 타살 흔적이 없고 번개탄을 피운 점 등으로 미뤄 세 모녀가 생활고 때문에 동반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