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1990년대 중반부터 '이미지 변신'… 백악관 기록물 공개

힐러리 1990년대 중반부터 '이미지 변신'… 백악관 기록물 공개

기사승인 2014-03-02 21:52:00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영부인이던 1990년대 중반 백악관 참모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으며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한 사실이 공개됐다.

미 아칸소주(州) 리틀록의 클린턴 대통령 도서관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백악관 기록물 3만3000쪽 중 4000∼5000쪽 분량을 우선 공개했다. 아칸소는 빌 클린턴이 대통령 당선 전 주지사를 지낸 정치적 고향이다.

클린턴정부 초기 백악관 참모들은 공화당의 표적이었던 힐러리를 위해 일종의 이미지 변신 전략을 짰다. 힐러리는 의료보험 개혁 등 당파적 이슈에 개입한 탓에 갈등지향적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1995년 8월 힐러리의 공보비서 리사 카푸토가 비서실장 매기 윌리엄스에게 제출한 아이디어 중에는 당시 인기 시트콤 ‘더 나은 가정(Home Improvement)’에 출연하라는 제안도 있었다. 여성 사회운동가인 엘리너 루스벨트의 생일을 축하하는 게 이미지 순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있었다.

참모들은 언론 기피증이 있는 힐러리에게 매달 여성잡지 편집장들과 만남을 갖도록 했다. 당시 기자들 사이에선 힐러리가 ‘벙커 심리’(포탄이 쏟아질 때부터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머리를 수그리고 있으려는 경향)에 빠져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나치게 방어적이라는 뜻이다.

참모들은 기자들을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해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면서 힐러리의 성공담을 홍보하자는 의견도 냈다. 힐러리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여성 콘퍼런스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1995년에는 기자들을 동행시키자는 제안이 나왔다. 카푸토는 기자들의 성향을 ‘우호적’ ‘중립적’ ‘공격적’으로 분류하고 힐러리가 참고하도록 했다.

힐러리는 정치적 홀로서기에 나선 1999년 더 적극적인 조언을 받는다. 참모 맨디 그룬왈드는 뉴욕 기자들을 상대로 회견하려는 힐러리에게 “언론은 당신을 불편하게 만들고 시험해보려 할 것”이라며 “짜증나는 질문이 나와도 여유 있게 대답하라”고 했다.

그는 “마약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며 미리 답변을 준비해두라고 귀띔했다. 또 “너무 묻는 대로만 답변하는 경향이 있다”며 “좋은 매너이기는 하지만 나쁜 정치”라고 충고했다.

힐러리가 뉴욕의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한 상원의원 은퇴행사에 참석하려고 할 때 그룬왈드는 “친근한 어조로 붙임성 있게 대화하라”며 “너무 수세적으로 하지 말고 그렇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말라”고 조언했다.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과 도서관은 나머지 미공개 기록물도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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