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도로에 쓰러진 고라니를 치우다가 달려오는 차에 치여 숨진 경찰관의 순직이 인정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7일 경기지방경찰청과 여주경찰서에 따르면 안전행정부는 지난해 고(故) 윤태균 경감의 유가족이 신청한 ‘순직 공무원 신청’을 기각, 지난달 5일 유가족과 여주경찰서에 통보했다.
관련법상 순직공무원은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위해를 입고 사망한 공무원’으로 공무수행 중 숨진 ‘사망 공무원’과는 달리 사망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업무의 상당한 위험이 인정돼야 한다.
윤 경감은 지난해 7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사망 공무원’으로는 인정받았다.
그러나 안행부는 ‘위험직무에 따른 사망은 아니다’고 판단, 순직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행부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도로에 쓰러진 고라니를 치우고 이를 인계하기 위해 대기하던 업무는 고도의 위험업무를 무릅쓴 직무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한적한 시골 도로에서 로드킬한 동물을 치우는 행위 역시 위험업무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사망자가 고라니를 치우다 차에 치였다 하더라도 순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유족과 경찰관들은 ‘순직 공무원’은 명예의 문제라며 입장을 달리했다.
한 경찰관은 “공무상 사망은 인정됐는데 위험직무 순직이 기각됐다”며 “순직했다고 인정받으려는 것은 무엇보다 명예 때문일텐데 동료로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족들도 안행부 판단에 안타까워하고 있으나 이의신청 등 행정소송은 아직 준비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주경찰서 산북파출소 소속이던 윤 경감은 지난해 4월 26일 오후 9시쯤 ‘고라니가 쓰러져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다친 고라니를 길가로 옮기고 도로변에 서서 동료를 기다리다가 달려오던 차에 치여 숨졌다. 당시 경찰은 가로등이 없어 어두운 도로에서 규정속도로 달리던 가해 차량의 운전자가 미처 사람을 보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했다.
윤 경감의 영결식은 여주경찰서장(葬)으로 치러졌으며 고인에게는 1계급 특진과 녹조근정훈장이 추서됐다.
사진=국민일보DB
수원=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