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무성은 지난 1월 경상수지가 1조5890억 엔(약 16조412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적자 규모는 전달의 6386억 엔(약 6조6938억원)보다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작성된 1985년 이후 최대치다. 주목할 점은 아베노믹스로 인해 엔화 가치가 지난해보다 대폭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증대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수출 금액은 5조5167억 엔을 기록해 전달보다 7.3% 감소했다.
앞서 지난 주말 중국의 세관 격인 해관총서는 지난달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8.1% 급감해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수입은 전년보다 10.1% 늘어나 무역수지 적자가 229억8000만 달러(약 24조3900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안 좋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두 나라의 수출 부진 정도가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돌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중화권, 일본 증시는 수출 관련 지표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매물을 쏟아내면서 1% 이상 급락했다. 일부에선 금융위기설이 제기된 신흥국 상황이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윤항진 연구원은 “중국의 아세안 등 신흥국으로의 수출 증가율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나라의 대 신흥국 수출 모멘텀도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다. 하지만 선진국 경기회복이 진행 중인 데다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 수출업체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는 점 등을 볼 때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국제금융센터 이치훈 연구분석실 부장은 “중국의 수출 둔화는 신흥국 수요 부진뿐 아니라 ‘춘제(설)’ 등 계절적 영향과 지난해 초 수출업체들이 가짜 송장으로 대 홍콩 수출을 크게 부풀린 데 따른 기저효과(기준시점의 통계치가 너무 낮거나 높아 비교치가 왜곡되는 현상)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부장은 “우리나라 경제는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기초체력이 좋아 신흥국 위기와 관련해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