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축유 방출, 유럽 러시아인 자산동결… 러시아 옥죄기

美 비축유 방출, 유럽 러시아인 자산동결… 러시아 옥죄기

기사승인 2014-03-13 23:26:00
[쿠키 지구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서방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압박 강도를 대폭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4년 만에 처음으로 전략 비축유를 방출키로 했고, 유럽은 냉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인에 대한 자산동결 방안 등을 결의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12일(현지시간) 전략 비축유 500만 배럴(약 7억9450만ℓ)을 방출해 오는 14일 입찰하는 방안을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이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기는 1990년 이후 처음이다.

에너지부 대변인은 “유사시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점검하는 시험 차원의 방출”이라며 “지난해 여름부터 준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서방의 수차례 경고에도 우크라이나에서 손을 떼지 않는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미국의 원유 방출로 시장 공급량이 늘어나면 에너지 수출로 먹고사는 러시아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이 방출키로 한 원유는 러시아산처럼 유황 함유량이 많은 사워(sour)유로 알려져 있다. 이번 방출량은 전체 비축량 6억9600만 배럴의 0.7%에 불과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발표 시점에 주목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4일 영국 런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다.

16일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에서 러시아로 귀속할지 묻는 주민투표가 열리기 때문에 미국은 러시아와 담판을 짓겠다는 자세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가 크림의 귀속 결정을 거절하지 않는 한 주민투표 결과는 우크라이나 분열과 서방-러시아 간 갈등을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끌고 갈 수 있다. 크림공화국이 강행하는 주민투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건 사실상 러시아밖에 없다.

케리 장관은 하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라브로프 장관에게 우크라이나 긴장을 완화할 선택사항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와 면담한 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분쟁에서 진로를 바꾸지 않으면 미국과 국제 사회가 대가를 치르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체뉵 총리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영토 분쟁에서 러시아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서구 세계의 일부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이날 냉전 이후 처음으로 여행 제한과 자산 동결을 비롯한 러시아 제재 방안에 합의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EU는 지난주 일부 러시아인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과 입국 금지 등의 조치를 하면서 상황이 진전되지 않으면 추가 제재를 하겠다고 밝혔었다.

폴란드를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와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17일까지 외교적 진전이 없으면 새 제재가 부과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러시아 주요 인사들은 유럽 각지에 상당한 규모의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주요 7개국(G7)과 EU 지도자들은 전날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에 크림공화국의 지위 변경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의장인 디디에르 부르크할터 스위스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서방 정상과 잇달아 전화통화를 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푸틴에게 “크림의 주민투표 준비 과정은 불투명하고 법적 근거도 없다”며 긴장 완화 조치를 촉구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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