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임일섭 실장은 16일 보고서에서 2009~2013년 가계부채 증가율은 7.1%를 기록, 그 전 5년간의 증가율인 7.7%와 거의 유사한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부채는 차입을 통한 지출을 가능하게 해 경제 전체의 총수요 증가에 도움이 된다. 적정한 부채가 경제에 긍정적이라고 하는 이유다. 하지만 보고서는 한국은 가계부채가 증가세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비는 부진하고,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증가분의 절반이 총수요 증가로 이어진다는 가정 아래 계산을 해봤더니 2009~2013년 가계부채 증가분은 해당연도의 국내총생산(GDP)을 연평균 2.9% 높이는 데 기여했다. 같은 기간 실제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0%였기 때문에 사실상 가계부채가 없었다면 경제성장률은 0.1%에 그쳤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임 실장은 “가계부채로 인한 수요 증가를 제외하면 사실상 제로 성장에 불과한데 이는 한국경제의 수요부진이 심각한 구조적 문제임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상임자문위원도 ‘대차대조표 경기후퇴의 뇌관 제거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자영업자 등 취약층의 부채 상환 능력 저하가 한국경제 장기침체에 빠지는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순저축률은 1998년 23.1%에서 2012년 3.8%로 급격히 하락,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3%보다 낮다. 반면 부동산 등 금융자산의 비중은 2012년 기준 75.1%에 미국(31.5%), 일본(40.0%) 등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문제는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고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로 소비여력은 이미 바닥에 떨어졌다는 점이다. 통계청 2013년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지출액은 전년 대비 0.4% 줄었다. 특히 과도한 부채로 소비를 미루는 경향으로 내수가 크게 위축되면서 영세자영업자의 퇴조와 내수부진이라는 구조적인 난제에 봉착한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최 위원은 “부채 축소 조정과정에서 소비감소와 자영업자의 처분가능소득 증가율 하락과 높은 상관성이 관찰됐다”며 “높은 원리금 상환비율과 함께 높아지는 연체율은 자영업자의 상환능력 하락을 반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퇴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자영업 비중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보여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제2금융권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최 위원은 “부채감당 능력이 미약한 자영업자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줘야 한다”며 “신규 민관 합동 펀드를 조성해 자영업자 가계부채 문제를 적극적으로 사전개입해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