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안철수 의원이 지난 1년간 의정 활동을 떠올리며 가장 뇌리에 남은 사건을 지난해 6월 남북정상회담록 원본 공개 관련 국회 본회의 표결로 꼽았다.
안 의원은 24일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함께 제주로 날아가 제주대 교내에서 ‘캠퍼스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새정치에 관해 두 의원이 간략하게 이야기하고, 대학생들에게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자리였다. 여기서 안 의원은 새정치 실천을 위한 ‘통큰’ 선택을 설명하면서 결정적 계기가 지난해 6월 정상회의록 공개 여부에 관한 국회 본회의 표결 장면이라고 회고했다.
안 의원은 당시 “저는 (대화록 공개에) 반대했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전방위 조사 요구가 높았는데, 그게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대화록 공개라는 격류로 휩쓸려가는 게 잘못됐다고 느꼈다고 했다. 또 비공개회담을 공개하는 것은 앞으로 대한민국이 세계 많은 나라와 정상 간 외교에서 언제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이란 논리적 이유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안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는데 어처구니 없이 통과됐다”라며 “전광판을 보니 빨간불 반대는 몇 명 안 되고, 대부분 (찬성표인) 파란불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원하지도 않고,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데, 통과되는 것을 보면서, 혼자만 생각하고 있으면, 그건 세상을 바꿀 수 없구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야 이런 일 안 생기게 막을 수 있구나”라며 “그걸 느끼고 깨닫는 순간”이라고 했다. 국회 양당 구조 아래서 제 3당으로 머무는 한 정치 현실을 바꿀 계기를 던지기 조차 힘들다는 현실 인식을 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죽 풀어서 설명한 것이다.
옆에서 듣고 있던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미소를 지으며 “잘했어요”라고 답한 뒤 박수를 쳤다. 문인 출신인 김 대표도 “정치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꿈과 자유의 일부분을 저당잡아 생긴 힘으로 일을 해내고, 저당잡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돌려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20대 당시 썼던 소설을 인용하면서 “남자 주인공이 ‘정치가 뭐야’라고 물었을 때 이렇게 답한다.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손해보지 않고 각자 상처받지 않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 싶은 것’이라고 썼다”며 “이게 지금도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한길 안철수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이 추진하는 야권 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26일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개최한 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당으로 공식 등록할 예정이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과 기존 민주당이 27일 양측 합당 수임기구에서 각각 합당을 의결하는 것으로 당대당 통합 절차를 마무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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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정건희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