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재는 26일 저녁 한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총재’로서의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호주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총회에서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의 축하를 받았다면서고 “한국 경제가 4년 전에 비해 한 단계 더 올라간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성장도 거의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올라왔다”며 “전반적 거시경제 상황이 좋아졌기 때문에 이럴 때 물러나게 된 것은 큰 행운이다”고 덧붙였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부터 성장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미약하지만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3%대 후반 수준에 접근하는 추세라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원활치 못했던 소통 문제와 금리조정 실기 논란으로 김 총재에겐 임기 중 ‘불통 중수’ ‘동결 중수’라는 별명도 생겼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김 총재 금리정책이 경제여건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011년까지 기준금리를 올리긴 했지만 소폭 인상에 그쳐 적정금리보다 1% 포인트 이상 낮았고, 2012년부터는 유럽 재정위기로 경기가 가라앉고 물가가 안정됐지만 금리인하에 소극적이어서 기준금리가 적정금리보다 1% 포인트 정도 높았다는 것이다.
김 총재는 이런 비판론에 대해 다소 강한 어조로 “미국의 양적완화나 금리정상화는 시장의 장기금리 수준을 목표로 하는 것이므로 3월이냐 4월이냐 따지는 사람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채권 투자자들은 타이밍에 베팅했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채권 투자자처럼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총재는 앞으로 글을 통해 실기론에 대한 견해를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경제수석을 거친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 세계에서 중앙은행 독립성이 가장 높은 나라는 독일 분데스방크”라며 “분데스방크의 총재 옌스 바이트만은 메르켈 총리의 경제수석”이라고 해명했다.
김 총재는 “조직의 장(長)을 아홉 번째 하는 것인데, 저는 항상 비난과 질시의 대상이었지 칭찬의 대상이었던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사람이 다 만족하는 장이 되면 좋겠지만 그런 시도를 해본 적은 없다”며 “목적을 정해서 달성하는데 최선을 다했고, 좌고우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