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31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저인플레이션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 공급요인과 제도적 요인의 물가안정효과가 약화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점차 높아져 물가안정목표 범위 내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1.3% 오르는 데 그쳤지만 올해는 상반기 1.7%, 하반기 2.8%로 오름세가 확대돼 연평균 2.3% 상승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다만 한은은 기대인플레이션(경제주체들이 예상한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의 하락으로 경제 활력이 떨어지거나 글로벌 성장세 둔화로 저인플레이션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선 상시 점검하기로 했다. 또 금융완화 기조의 장기화로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면밀하게 따져볼 방침이다.
대외 충격으로 장기 시장금리가 상승할 경우 기업의 자금조달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으로) 국내 장기 시장금리가 지나치게 급등할 경우 정책 대응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장기채 매입 등 공개시장 조작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공기업의 순대외채무(대외채무에서 대외채권을 뺀 금액)가 288억9000만 달러로 2009년(120억2000만 달러)보다 140.5%나 증가했다. 한은은 “공기업이 해외직접투자를 위한 해외증권을 발행해 대외채무가 늘었다”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면 해외증권 발행이 외환부문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처럼 중앙은행이 미래의 정책금리 방향을 미리 제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선 “중앙은행의 전망능력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은 상황에선 효과가 제약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