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부총리는 이날 오후 2시 한은에서 이 총재를 만나 “기재부와 한은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운용함에 있어서 항상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주 만나 이코노미스트로서 함께 경제정책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회동 직후 이 총재도 “경제를 보는 시각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자는 이야기를 했다”며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집행하는 기관 사이에 경제상황 인식에 대한 갭(gap)이 있으면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날 회동 결과에 대해 한은은 “현 부총리와 이 총재는 최근 경기 개선 추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의 양적완화(QE) 축소, 중국 경제상황 등 대외 불확실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또 “정부와 한은이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재정 등 정부의 경제정책과 통화정책간 조화를 이룸으로써 한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뒷받침하도록 노력키로 했다”고 전했다.
기재부 장관이 한은을 직접 방문한 것은 2009년 2월 이후 5년 만으로 이날은 의전상 현 부총리가 상당히 몸을 낮춘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이날 방문은 전날 이 총재가 취임사에서 통화정책 운영에 있어 물가안정뿐 아니라 성장을 조화롭게 고려하겠다며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무리 없이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에 대한 화답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또 박근혜정부 초기 금리인하를 놓고 현 부총리와 당시 김중수 한은 총재가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는 점에서 이번 회동은 향후 양 기관이 정책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 30분 가량 진행된 회동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현 부총리는 회동에 앞서 “이 총재께서는 개인적으로 신망도 많이 받고 누구보다 한국경제에 대한 통찰력이 있는 분”이라며 “물가, 고용, 지속적인 성장, 위기관리 등 모든 부문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데다 리더십이 탁월하신 분”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부총리가 한은을 찾는 일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에 현 부총리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도록 해야 한다”면서 “저도 1974년 입행했던 한은 출신인 만큼 축하드리려고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2009년에도 (윤증현 당시 기재부 장관이) 한은을 방문했던 만큼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며 “축하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현 부총리는 취임 선물로 이 총재가 활짝 웃는 모습을 담은 초상화를 선물로 건넸다. 그는 “무슨 선물을 드릴까 고민하다가 꽃을 드리자니 들고 오면 안 된다고 하고, 테니스를 좋아하시니 테니스라켓을 드릴까 생각했는데 잘 몰라서 결국엔 이것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