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2원 하락한 1040.2원에 마감했다. 밤사이 공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3월 의사록이 양적완화(QE) 조기종료 전망을 누그러뜨리면서 달러화 약세 현상이 심화됐고 이는 원·달러 환율을 장중 1031.4원까지 끌어내렸다. 그러나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 등으로 환율 1040원선은 가까스로 지켜졌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현상과 주식 등 위험자산 선호에 따라 당분간 원화 강세가 이어져 원·달러 환율은 1000원대 초반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등으로 최근과 같은 가파른 하락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수석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 기조는 이어가겠지만 앞으로 정부의 환율안정 움직임이 예상되는 만큼 이 속도로 계속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외국인이 환차익을 목적으로 국내 주식을 사들이며 원·달러 환율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9.66포인트(0.48%) 오른 2008.61로 마감, 종가 기준으로 올해 처음 2000선 고지를 넘었다. 침체에 빠진 국내 증시에서는 모처럼 호재로 작용하고, 국내 내수경기 회복에도 도움이 되지만 자동차 전자제품 등 수출 효자상품을 내다 팔아야 하는 기업들은 급격한 환율 하락은 가격경쟁력 약화를 부추겨 결코 달가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에 외환 당국은 가파른 원화 강세를 방치하지 않겠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게 맞지만 변동성이 너무 커져서 쏠림현상이 생기면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 할 수 있다”며 “안정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전 외환시장 개장 직후 최희남 국제금융정책국장 명의의 메시지를 통해 “어떠한 방향으로든 단기간에 시장 쏠림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에는 외환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환율 상승을 이끌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