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술주 거품 붕괴?=이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3.10% 급락했다.
2011년 11월 9일(3.88%하락) 이후 가장 큰 낙폭이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각각 2.09%, 1.62%씩 떨어졌다. 전날 수출지표 등이 부정적으로 발표된 중국의 경기 둔화에 대한 불안감도 증시를 끌어내린 요소였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인터넷 기술·바이오 종목 주가의 급락에 있었다. 이날 주요 IT 종목인 아마존, 넷플릭스, 페이스북, 구글 등이 모두 4% 이상 하락했다. 바이오주를 대표하는 나스닥 생명기술(BT)지수는 5.64%나 추락했다.
이들 종목의 하락세는 지난달부터 감지됐다. 페이스북의 경우 올해 고점 대비 18% 수준 떨어진 상태고, BT 지수 역시 지난 2월 말 고점에 비해 18.8% 하락했다.
이런 흐름을 놓고 미국 증시 전반에 걸친 거품이 붕괴될 조짐이라는 비관적인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월가(街) 대표비관론자 마크 파버는 “1년 이내에 1987년 블랙먼데이와 같은 증시폭락을 목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급락세가 1987년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파버는 “인터넷과 바이오테크 분야에서 고통이 시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관론의 가장 큰 이유는 현재 기술주를 비롯한 미국 증시가 과도하게 높은 상태라는 점 때문이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S&P지수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25배로 장기적 평균치인 15배보다 한참 높은 수준이다.
삼성증권의 임은혜 연구원은 “아마존의 경우 PER이 100에 달할 정도”라면서 “미국 증시, 특히 기술주 등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는 데 시장이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2000 하루 천하, 영향은 제한적=미국발 악재는 또다시 코스피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0.71% 내린 1994.32로 하루만에 2000선 아래로 내려갔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전일 대비 2.31% 하락하면서 6개월만에 1만4000선이 붕괴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 부진이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증시의 급락은 그동안 고평가 됐던 것에 따른 반작용인데 국내 시장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도 나스닥 기술주 폭락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네이버 등이 3%대 급락한 것 외에는 큰 폭락세는 보이지 않았다.
아이엠투자증권 임노중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미국 주식은 가격 부담이 있는 상태여서 신흥국 시장과 가격 차이를 좁히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 증시는 미국과 비교하면 절대적으로 싼 편”이라고 분석했다.
기술주 급락세도 지난 2000년 초에 나타난 버블 붕괴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KDB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바이오·IT 주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우려는 지금이 처음이 아니다”면서 “이것이 지금 당장 버블 붕괴라기보다는 과도한 수준을 조정하는 국면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