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11시40분쯤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대로변의 SK가스충전소에서 정모(58)씨가 몰던 NF쏘나타 차량이 자동세차를 마치고 나오다 15m 떨어진 맞은편 휴게실로 돌진했다. 차량은 휴게실 유리문을 뚫고 들어가 앉아 있던 손님 3명을 덮친 뒤 반대쪽 벽을 들이받고서야 멈췄다.
휴게실에 있던 정모(59)씨는 차에 깔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차에 치인 뒤 벽에 부딪힌 서모(58)씨는 목을 다쳐 전신이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다. 이모(57)씨와 운전자 정씨도 부상을 입어 강남성모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결과 부상자들은 세차장 출구를 등진 채 휴게실 의자에 앉아 있다가 차량이 돌진하는 장면을 미처 보지 못하고 ‘날벼락’ 같은 사고를 당했다.
운전자 정씨는 경찰에서 “세차장에서 세차를 막 끝내고 출발하려고 가속페달을 살짝 밟았는데 갑자기 속력이 높아져서 서둘러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듣지 않았다”며 “급발진인 것 같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충전소 CCTV를 확보해 급발진 여부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사고 차량은 2005년에 출고된 것으로 정씨는 2011년부터 모는 동안 급발진 징후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시동을 건 상태로 세차를 하다보면 습기가 차량 부품에 달라붙어 갑자기 튕겨나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의 가스충전소는 자동세차장 바로 옆에 고객 휴게실을 설치해 놓고 있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운전자와 주유소 측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이 같은 급발진 의심 사고가 잇따라 원인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1시30분쯤 경기도 시흥의 한 공장에서는 민모(74)씨가 몰던 에쿠스 승용차가 공장건물 출입문을 뚫고 내부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차량에 장착된 블랙박스 영상에는 저속으로 운행하던 차량이 갑자기 속도가 높아지며 출입문으로 돌진하는 모습이 담겼다.
사고를 목격한 공장 관계자는 “느린 속도로 주차장에 들어서던 차량이 갑자기 고속으로 문을 들이받았다”며 “범퍼가 깨졌는데도 에어백이 터지지 않은 것을 보면 급발진 사고인 듯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빈발하는 사고의 피해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철저한 원인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