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국민들은 이 같은 분석에 대해 고개를 젓는다. 자영업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밑바닥이고, 가계는 1000조원을 넘어선 빚에 허덕이고 있다. 대기업으로 번진 감원 태풍에 봉급생활자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지갑을 꽁꽁 닫고 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서울 소재 1200여 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체감 경기를 조사해 보니 1분기 실적BSI(경기실사지수)는 58.3으로 지난해 4분기(62.3)보다 4.0포인트 하락했다. 또 1분기 백화점 매출이 다소 늘었지만, 대형마트는 업체별로 3~5% 일제히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정부의 잇단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집계한 3월 건설기업 BSI는 67.9로 전달보다 1.0포인트 떨어졌다. 기준치 100을 크게 밀돌 정도로 건설경기를 어둡게 보는 업체가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동양·STX·웅진그룹이 해체되고, KT와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마저 구조조정에 나서자 산업계에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 감원 태풍이 몰려오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이처럼 지표 경기와 체감 경기가 차이를 보이는 주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임금상승 없는 성장’을 꼽고 있다. 기업이 과도하게 저축을 늘린 반면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6년 이상 정체되면서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3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거의 변화가 없는 가운데 명목임금 상승률이 2008년 이후 크게 둔화됐다”며 “평균적인 임금 근로자들의 입장에선 생활형편이 6년 이상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체감 경기 괴리 현상의 원인을 산업별 양극화에서 찾았다. 올해 고용 가중 성장률 전망치가
3.6%로 경제성장률(4.0%) 전망과의 격차가 2011년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는 것이다. 고용 가중 성장률은 산업별 고용인원에 가중치를 둬 산출하는 성장률이다. 격차가 벌어진데 대해 한은 관계자는 “고용 유발 효과가 작은 제조업이 성장을 주도하고 고용인원이 많은 서비스업 성장률은 상대적으로 저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성장의 온기가 고르게 전달되지 못해 국민의 체감경기가 성장률에 미치지 못하게 됐다는 얘기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10일 체감 경기가 지표 경기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로 ‘고용과 임금’을 꼽았다. 고용사정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취업자 연령이 고령화되고 있고, 임금상승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우리경제가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실질임금이 실질 노동 생산성 향상 속도에 맞춰 증가하는 동시에 기업들도 저축 대신 투자나 고용에 더 많은 지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5년간 2%대의 경제 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질 높은 투자와 구조 개혁이 중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회의에 참석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계 경제의 불균등한 회복세를 지적하면서 ‘세계 경제에 봄이 왔다고는 하나 구석구석까지 온기가 도달하지는 않았다’는 뜻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언급해 공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