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관악구 신림로 도림천의 한 다리에 이색 현수막이 나붙었다. 인근의 한 고시원이 FBI 요원을 배출했다며 내건 현수막이었다. 현수막을 찍은 사진이 인터넷과 SNS를 통해 퍼지면서 진위 논란이 일었다. 현수막 때문에 보안을 중시하는 FBI가 합격을 취소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해당 고시원 관계자는 13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어떻게 거짓으로 현수막을 걸겠느냐”며 “김씨가 이곳에서 공부하다 얼마 전 FBI에 합격해 방을 뺐다”고 말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김씨는 합격 통보를 받은 뒤 미국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수막 때문에 합격이 취소됐다는 소문도 사실무근이었다. 고시원 관계자는 “김씨가 출국 전 전화를 걸어 ‘현수막을 걸었느냐’고 묻긴 했지만 ‘어차피 거짓말도 아니니 크게 상관없다’고 해 따로 철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30대 중반인 김씨는 FBI 요원 선발 시험 준비를 위해 8개월 전 이 고시원에 들어왔다. 현수막을 본 고시촌 학생들은 “(김씨가) 그토록 열심히 공부하더니 결국 좋은 곳으로 갔다. 부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합격 소식을 들은 김씨 고향 주민들은 마을 잔치까지 연 것으로 전해졌다.
FBI 요원 선발 시험은 만 23세 이상 37세 이하 미국 시민권자를 대상으로 한다. 미국 교육부가 인정한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이 필요하다. 경찰청 외사국 관계자는 “FBI는 국내에서 별도의 선발 시험을 실시하지 않는다”며 “현수막 내용이 사실이라면 해당자가 신림동 고시촌에서 공부한 뒤 시험은 미국에서 치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