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국가정보원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 검찰은 14일 국정원 직원 2명을 추가기소하는 것으로 59일간의 조사와 수사를 마무리했다. 뒤이어 대공 수사 책임자인 서천호 국정원 2차장이 사의를 표명했고, 청와대는 기다렸다는 듯 “박근혜 대통령이 서 차장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발표했다. 군사 작전하듯 일사천리와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배경에는 국정원 윗선 개입을 밝히지 못한 검찰과 남재준 국정원장을 살려야 한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파악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 발언을 할 예정이다. 만기친람에 깨알주문으로 유명한 박 대통령이 어떤 형식으로든 국정원의 국기문란 사건에 대해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박 대통령이 마이크를 잡기 전날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봉합되는 것이다.
서 국정원 2차장은 물러나면서까지 증거조작 행위를 “불미스러운 일”로 평했다. 자신은 보고를 받지 못했지만 지휘 책임 때문에 사임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어 “엄중한 시기에 국정원이 흔들려선 안 된다” 라거나 “국정원은 더 이상 흔들림 없이 국민의 안위를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했다. 국정원을 흔들리게 만든 주체는 증거를 위조한 국정원 자신이란 점에서 더는 남 원장 문책론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의미가 강하다.
핵심은 책임 소재를 국정원 2차장으로 맞춘 것이 여론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느냐 여부다. 법적 처벌을 다투는 재판은 직원이 받고, 지휘 책임에 따른 사퇴는 원장 밑에 2차장이 맡고, 정치적 책임은 또 누구에게 지워야할지 의문이다. 꼬리 자르기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야당은 특별검사제 도입을 거듭 요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윤석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국정원이라면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자백했다”라며 “해법은 오직 특검 뿐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 줬다”라고 밝혔다. 이어 “남재준 원장을 즉각 해임하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통치권자로서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주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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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