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앞으로 대형사고가 잦은 금융회사에 검사 인력을 상주시키는 제도를 시행하는 등 금융회사를 밀착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15일 이례적으로 10개 시중은행장을 모두 소집한 자리에서다. 연일 터져 나오는 각종 금융 사고와 내부 비리 사건 등에 대해 대한 금감원 나름의 강수를 둔 셈이다. 그런데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 방안은 금감원이 이미 지난해 12월 내부적으로 마련한 대책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왕에 마련했던 제도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가 상황이 악화되면서 은행에 대한 ‘엄포’만 더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도 나온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 중회의실에서 열린 은행장 회의에서 “금융회사 경영진과 감사가 경영 실적만 우선시하고, 내부 통제와 소비자 보호에 무관심해 대형 금융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경우 책임을 엄중하게 물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 둔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신한·하나·외환·기업·농협·한국씨티·한국스탠다드차타드(SC)·기업·산업은행장이 모두 참석했다. 회의는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통렬히 반성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최 원장의 주문에 대해 은행장들도 “책임을 통감하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시키겠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날 금융 당국이 내놓은 대책들은 경영진에 대한 책임 추궁 등 그동안 수없이 강조했던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말 금감원이 내부적으로 마련했던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감독검사 실효성 제고방안’을 보면 내부통제 미비로 대형 사고를 일으킬 대마다 경영관리 평가 등급을 1등급씩 하향 조정한다는 등의 강한 조치가 포함돼 있었다. 대형 금융사고 발생시에는 즉시 현장검사에 착수하고, 4명 내외로 구성된 내부통제 전담검사반을 운영, 전체 금융회사에 대한 실태 점검을 상시 실시한다는 내용도 있다.
때문에 기왕에 마련한 대책을 제대로 실행해보지도 못한 금감원이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은행장들을 소집해 대책 마련을 추궁하는 것은 과잉대응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은행들을 압박하는 조치로 내놓은 금융사에 상주하는 검사역 파견 방안만 해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내부에서조차 나온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검사역이 금융사에 가서 앉아 있는 것이 금융사의 내부통제를 감시하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면서 “실제 시행이 될 수는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