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팽목항서 밤새 벌어진 “살아있다” 전화·문자 소동

[진도 여객선 침몰] 팽목항서 밤새 벌어진 “살아있다” 전화·문자 소동

기사승인 2014-04-17 20:18:00
[쿠키 사회] 가혹한 밤이었다. 사고 발생 이틀째인 17일 새벽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 모인 실종자 학부모 200여명은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실종된 자녀가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느라 학부모들은 탈진상태가 됐다.

이날 오전 2시25분쯤 조용했던 학부모들 사이에서 갑자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한 여성이 “나영이가 살아 있다고요?”라며 소리를 질렀다. 주변의 다른 학부모들이 몰려들어 “진짜냐” “몇 반 아이냐”고 물었다. 이 여성은 체육관 복도에 있던 학생의 어머니를 찾아가 “언니, 나영이가 살아있대!”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으며 “나영아! 나영아!” 이름을 불렀다. 어머니는 울며 “내 딸 보러 가야겠다”며 구급차를 타고 팽목항으로 떠났다.

오전 2시쯤에는 실종 학생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학부모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선체 내 오락실에 단원고 2반과 10반 학생 4명이 갇혀 있고 그중 한 학생이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는 내용이었다. 비슷한 시각 한 학부모는 전날 오후 11시9분 “아빠 나 살아있어, 나 좀 살려줘”라고 아들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그러나 학생과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전 10시쯤에는 팽목항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이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한 남성이 전화를 받더니 “김다영, 김주일… 4명이 살아있답니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실종된 학생과 연락이 닿았다는 신고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관계 당국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해경 관계자는 “실제 학생에게서 온 메시지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KT 이동 기지국이 체육관에 세워지면서 밀려있던 메시지가 전송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사실이든 아니든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니 구조를 더 서둘러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낮 12시쯤에는 한 학부모가 “잠수부가 배 안에 들어가 학생들과 대화한 내용이 담긴 음성 파일을 공개하겠다”며 체육관 안에서 동영상을 상영했지만, 구조선 내의 회의 장면이었다. 오후 1시20분에는 한 학부모의 처남이 구조선 안에서 찍어왔다는 추가 생존자 명단 사진이 돌면서 체육관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 순식간에 학부모와 취재진 50여명이 주변에 몰렸다. 자녀의 이름을 발견한 학부모는 환호성을 지르다 가족에게서 “다른 실종자 학부모들이 보고 있다”며 눈치를 받았다. 한 학부모는 단상에서 마이크를 잡고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며 “기존 명단에 없는 이름이라고 해도 확실치 않을 수 있다.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확인되지 않는 많은 루머들이 퍼지자 정부는 유가족에 대한 브리핑을 강화키로 했다. 해양수산부 박준영 어촌양식정책관(국장)은 “정확한 정보를 30분이나 한시간마다 주기적으로 전달하고 실종자 가족이 궁금한 점을 물어오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진도=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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