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와의 ‘거리’는 PTSD에서 결정적인 요인이다. 사건 당시 얼마나 가까이서, 오랫동안, 강하게 충격을 받았는지에 영향을 받는다.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건 이 대목이다. 세월호 침몰 사건은 이미 닷새째 계속되고 있고 훨씬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1차 피해자인 승객뿐 아니라 가족, 목격자, 친구,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느끼는 사람(2차 피해자)과 구조대원·응급의료팀(3차 피해자)까지 충격의 파장이 넓고 강하게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을 사고 현장에서 격리하고 구조 및 피해 관련 정보를 자세히 전달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PTSD 전문가인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종민 교수는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가 가족의 위로를 받고 심리적 안정을 찾도록 현장에서 격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규섭 국립서울병원장도 “구조된 학생과 학교에 남은 아이들 모두 일상을 재개하도록 학교와 지역사회가 정상화되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했다.
치유공동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세월호 침몰은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사실상 전 국민이 대형사고의 목격자(2차 피해자)가 된 셈이다. 이영문 국립공주병원장은 “9·11테러를 겪은 뉴욕시가 그랬듯 나라 전체가 서로를 위로하는 치유공동체가 될 필요가 있다”며 “촛불집회를 열고 성금을 걷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각자의 치유의식을 치르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