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관계자는 23일 “제재내용 공시는 보통 일주일 정도 시차를 두고 공시됐는데 이를 앞당긴 것”이라면서 “김 행장이 떳떳하다고 하는데, 왜 그런 제재를 받았는지 (잘못한 내용을) 빨리 공개해 오해를 줄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김 행장은 제재를 받은 이후인 지난 20일 언론을 통해 “당시 투자 건은 정상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진 조치”라며 행장 자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김 행장의 이 같은 태도가 제재 내용을 정면 부정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보고 있다. 이례적으로 김 행장 건의 제재내용 공시를 5일 만에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행장은 하나캐피탈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1년 미래저축은행에 145억원을 투자해 59억5000만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이유로 문책경고를 받았다. 공개된 제재 내용에는 김 행장이 하나캐피탈의 투자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이사회도 열지 않고 부당하게 업무를 진행한 사실 등이 포함돼 있다.
금감원 조치에 대해 하나은행은 하나금융과 금융당국의 정면충돌 양상으로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는 표정이다. 다만 내부에선 “금감원이 김 전 회장을 망신주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 전 하나금융 회장은 이날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행장(에게)까지 그렇게 (제재)하는 것에 대해선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이 하나캐피탈의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 참여 건을 여러 차례 검사한 것에 대해 “금감원이 그렇게 한가한 조직인가. 지금껏 이런 예를 본 적이 없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임기를 채우겠다고 한 것은 당국 결정에 불복하는 게 아니라 법으로 보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도 “재취업을 못하게 하는 제재를 내리고선 당장 퇴진하라고 종용하는 것은 관치금융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