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의 관제탑 역할을 하는 진도 VTS가 16일 오전 침몰사고 전후 세월호의 운항 상황을 제때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해역과 진도 임회면 남동리 서망항에 들어선 진도 VTS 간 직선거리는 30여㎞에 불과하다. 망망대해 드넓은 바다에서는 비교적 근접한 지점이다.
당초 세월호의 관제구역 진입을 알지 못했던 진도 VTS는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의 상황보고를 접수한 오전 9시7분 뒤늦게 세월호와 처음 무선교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시각은 오전 8시55분 30도 이상 선체가 기운 세월호가 이미 복원력을 잃고 바다 속에 잠기기 시작한 지 12분이 흐른 뒤였다.
1분1초의 촌각을 다투는 ‘골든타임’ 상황에서 진도 VTS가 손을 놓고 제 기능을 못한 셈이다.
만일 진도 VTS가 실시간 무선교신을 통해 물살이 센 해역을 지나는 세월호를 관제했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침몰 징후와 동시에 신속한 재난대응이 이뤄졌고 많은 인원을 구조했을 것이다. 해양 전문가들은 국내 최대 규모의 여객선이 500명 가까운 승객을 태우고 물살이 센 맹골수도에 진입했을 때부터 효율적 관제가 좀 더 집중적으로 진행됐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월호가 규정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않고 관제구역에 들어온 것도 문제지만 진도 VTS가 사전 호출을 하지 않은 게 불씨가 됐다는 것이다. 만일 진도 VTS가 세월호의 이상 징후를 신속히 파악했다면 비록 침몰사고를 막지는 못했더라도 인명피해는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이준석 선장 등은 그동안 관행처럼 교신기 주파수를 도착지인 제주 VTS에만 고정해 두고 있었고 진도 VTS 역시 세월호의 침몰사고를 한동안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진도 VTS는 당초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를 계기로 해경이 2010년 7월 국토부 해양항만청에서 관리권을 넘겨받았다. 사법권을 가진 해경이 ‘강제적 관제’를 통해 유사사고의 재발을 막겠다는 명분이었다. 담당구역은 서망항을 기점으로 전남 신안과 대흑산도 제주 추자군도, 해남 어란진을 잇는 반경 63㎞의 연안 해역 3800㎢로 제주도 면적 2.2배에 달한다.
현재 서해해경청 소속 경감이 센터장을 맡고 있다. 정원 16명에 4명은 출퇴근을 하고 12명이 24시간 3교대 하는 방식으로 8명이 한조를 이뤄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항해사 자격증을 가진 항만청 소속 VTS에 비해 일반직원들이 2~3년씩 순환 근무하는 탓에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해양 전문가들은 “진도 VTS관제구역의 경우 일평균 260여척의 배가 오고 가지만 항적의 실시간 추적 등 촘촘한 관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선박의 관제기능을 전담하는 VTS가 해경이 운영하는 2곳과 해양수산부 항만청이 관할하는 15곳으로 이원화된 것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모두 17개의 VTS가 있다. 이중 인천, 부산, 마산 등 15개 항만VTS는 해양수산부가 운영하고 있으며, 진도와 여수VTS는 해양경찰청에서 운영하고 있다.
진도=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