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역본을 출간한 미 하버드대출판부의 수전 도널리 판매·마케팅담당자는 “이미 인쇄중인 8만부와 추가로 인쇄할 3만5000부를 포함하면 몇 달 안에 20만부가 팔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700쪽의 ‘딱딱한’ 경제학 서적이 짧은 시간에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부를만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는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더욱 심각해진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미국인들의 우려가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1~2년 새 미국에서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의 ‘불평등의 대가’ 등 경제 양극화를 다룬 서적이 10권 이상 쏟아졌다.
경제 불평등 문제를 천착해 온 피케티 교수의 기본적인 주장은 이해하기 그리 어렵지 않다. 그는 300년간 20여 주요국의 과세 자료를 분석해 경제 불평등은 자본주의의 피할 수 없는 산물이라고 결론 내린다.
이는 역사적으로 자본의 평균 수익률이 경제성장률 보다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wealth)를 보유한 이들은 갈수록 부유해지는 반면 나머지는 갈수록 뒤처져 경제력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개인이 평생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상속받은 부가 개인의 운명을 결정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의미다.
그러면 해법은 뭔가. 우선 부유층의 토지 주택 특허 금융자산 등 자산 전체에 매년 최고 5~10%까지 글로벌 총자산세를 물리는 것이다. 피케티 교수는 이어 부유층의 소득에 70%까지 누진적 부유세를 부과하자고 제안한다. 워싱턴포스트(WP)의 온라인 잡지 ‘슬레이트’는 “피케티 교수가 제시한 해법에 관한 논란과 상관없이 경제 불평등의 최대 결정요인으로 소득 대신 자산에 주목한 것만으로도 경제 양극화 논의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국민일보 쿠키뉴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