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대표에 이어 북한 리동일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 마이크를 잡자 참석자들의 이목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리 대사는 1945년 이후 냉전을 거쳐 최근까지 핵 개발과 확산의 역사를 설명한 뒤 곧 최대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이 전 세계 핵 확산을 배후에서 사주하고 있다며 미국 비판으로 돌아섰다. 그는 미국이 북한에 ‘핵 협박’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상황과 북한의 핵 문제에 관해 장황한 발언을 이어갔다. 한미연합군사훈련 등으로 미국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주범이라는 종전의 주장도 반복했다.
리 차석대사는 이런 상투적인 내용으로 발언시간을 무려 10분 이상 초과했다. 이에 백 차석대사가 “4분으로 제한된 발언시간을 이미 크게 초과했다”며 “빨리 발언을 끝내라”고 1차 경고를 줬다. 하지만 리 차석대사는 “(북한은) 미국을 표적으로 한 핵 공격수단을 이미 다양화했다”는 등 미국에 대한 비난을 계속했다. 백 차석대사가 10초 카운팅을 하면서까지 압박했지만 리 차석대사는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결국 백 차석대사가 마이크를 끄고 다음 발언 신청국인 우크라이나에게 ‘강제로’ 마이크를 넘기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리 차석대사는 북한 외무성 군축과장을 역임한 실력파로 유엔 외교가에서 북한의 ‘입’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영어가 유창하고 행동도 세련돼 북한 외무성이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논리를 전파하기 위해 파견한 ‘간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 차석대사는 1985년 외무부에 들어와 제네바 참사관, 국제기구국장 등을 역임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 윤 장관은 “북한은 21세기 들어 핵실험을 한 유일한 국가”라면서 국제사회가 북한 핵문제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 장관은 “오늘날 핵 비확산, 핵안보, 핵안전 분야에서 가장 약한 고리는 바로 북한의 핵 문제”라며 이로 인해 국제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국민일보 쿠키뉴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