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최근 세월호 침몰사건과 관련해 사고의 발단이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와 같은 한국형 마피아 관료들의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의 먹거리·화장품·의약품안전을 관리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고위 고직자 중 퇴직자 상당수가 유관기관이나 특정 이익단체에 재취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 여성가족위 소속 김현숙 의원(새누리당)이 식약처로부터 받은 ‘최근 10년간 식품의약품안전처 4급 이상 고위공직자 중 퇴직자 재취업현황(2005~2014년 4월)’자료를 분석한 결과, 93명 중 89%에 해당하는 83명이 유관기관이나 이익단체, 관련 사기업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남.
특히 유관기관 중에는 세월호에 대한 안전검사를 허위로 진행한 한국선급처럼 식품이나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안전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기관들이 다수 포함돼 있으므로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기적인 감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재취업 기관 중 식품공업협회(현 식품산업협회), 의료기기산업협회 등의 이익단체의 경우 관련 대기업이 주된 회원사로서, 주된 업무가 이들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것인데다가 대부분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어, 식약처가 식·의약품·의료기기 업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안전사고에 공정하게 대처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내용을 살펴보면 식품공업협회(현 식품산업협회)는 멜라민 문제와 관련해 영아 사망 소식을 누락한 채 식약처(당시 식약청)에 보고했고 이후로도 식약처는 ‘멜라민,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자료를 통해 사실을 일부 왜곡하면서까지 ‘염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또한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이 17개 정부부처로부터 제공받은 4급 이상 퇴직자 재취업 자료에 따르면 총 31명의 보건복지부 출신 관료들이 유관기업이나 특정 이익단체에 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처별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6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토교통부 각 42명, 해양수산부 35명, 문화체육관광부 32명, 보건복지부 31명,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각 27명, 법무부 25명, 교육부 15명, 안전행정부 12명, 통일부 11명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미래창조과학부 9명, 외교통상부 5명, 기획재정부 4명, 국방부 2명, 여성가족부 2명 등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다.
특히 보건복지부 31명 등 이들 고위공무원들이 재취업한 소속 기관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연금공단, 국립암센터,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대한적십자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국립중앙의료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이 있다.
일례로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박용주 원장은 보건복지부 저출산고령사회정책 실장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류호영 원장은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정책관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정석 질병예방센터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획이사, 이원희 인구아동정책관은 국민연금공단 기획이사로 각각 일하고 있다. 고경석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 이덕형 질병예방센터장은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 본부장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에서는 고위공직자가 유관기업이 재취업할 경우, 관료집단과 이익집단간의 고리가 끊기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김현숙 의원은 “공직자윤리법에 퇴직 후 2년간 영리 목적 사기업체에 취업하는 것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현행 법률상 고위 공직자가 퇴직 후 관련 유관기관에 취업하는 것이 사실상 허용되고 있으며 식약처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정부의 재취업심사를 받은 경우는 고작 2건으로 모두 취업가능 판정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세월호 사고 이후 온 국민이 애도하고 있는 지금, 한국형 마피아 관료들로 인해 더 이상의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료집단과 이익집단간의 고리를 끊을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