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의 한 행정고시 학원에는 20일 오전에만 학생 10여명이 상담실을 찾았다. 공무원 채용 방식 변경이 예고됨에 따라 수험전략을 다시 짜기 위해서다. 학원 관계자는 “매번 정책이 바뀔 때마다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며 “올해 2차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별 반응이 없지만 1차 시험에 탈락해 내년 시험을 대비하는 학생들은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5급 공무원 시험 대비 수업을 마치고 나온 김모(25·여)씨는 대통령 담화와 관련해 “지금 1차 시험인 공직적격성평가(PSAT) 점수도 커트라인을 오르락내리락하는데 합격인원이 줄면 커트라인이 더 높아질 게 뻔해서 걱정”이라며 “정말로 선발인원이 줄게 되면 다른 시험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황모(27)씨도 “채용 방식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게 문제”라며 “빨리 합격해 불안감을 떨치고 싶다”고 했다.
7·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감지됐다.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행정고시를 포기한 수험생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동작구의 한 학원에서 7급 일반행정직 시험을 준비하는 김모(28)씨는 “행정고시 수험생들이 이쪽으로 몰려오면 경쟁이 더 치열해질까 걱정된다”며 “소방·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 역시 해경 시험 수험생들이 몰릴까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고시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한 수험생이 “지금 당장 행시에 붙지 못할 바에야 하루빨리 7급 시험에 합격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며 “민간 특채의 부작용으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텐데 반사이익으로 7급 출신의 승진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2010년 이명박 정부는 5급 공무원 채용 시 외부 전문가 특채를 확대하는 선진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유명환 당시 외교부 장관 딸의 외교부 특혜 취업 사실이 드러나면서 현대판 ‘음서제도’라는 비판 속에 유야무야됐다. 고시촌에서 1년 반 동안 행정고시를 준비한 전모씨는 “유 전 장관 딸 사례와 비슷한 일이 터지면 다시 수그러들 것”이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부 행정고시 수험생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해경 수험생들과 연대해 ‘제2의 유명환 열사’가 나오기를 기원해보자”고 우스갯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