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긴급 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다음주 감사위원회와 이사회를 열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 이사회 날짜는 이사들의 개인 일정 조율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이사회 직전만 해도 이 행장이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고 말해 극적 타결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전날 이 행장이 사외이사들을 만나 해결책을 논의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이번 사태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 행장의 갈등이 증폭되고 금융당국이 지주와 은행에 대해 특별 검사에 나서면서 KB 내부에서도 빨리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3시간이나 이어진 마라톤 회의는 성과가 없었다. 이사회 직전 열린 감사위원회에서도 이 행장과 정 감사위원이 제기한 의혹과 유닉스 시스템의 성능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 행장은 그러나 “분쟁이나 갈등이 있을 이유가 없다”면서 “이사회를 거수기라고 비판하다 토론이 이뤄지니 갈등이라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서로의 입장 차가 커 다음주에도 합의안 도출이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일부 이사들은 이 행장과 정 감사가 이사회에 보고도 없이 금감원에 감사를 요청하고 전산시스템 변경에 대해 리베이트 의혹까지 제기한데 대해 불쾌함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융당국이 검사에 나선 상황이어서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도 어려워 보인다.
일단 국민은행은 전산 시스템 교체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행장은 “4월 24일 이사회의 결정이 여전히 유효하므로 (입찰) 프로세스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찰제안서 마감일인 지난 21일에는 SK C&C만 단독으로 참여했다. 국민은행이 마감일을 연장하기로 했지만 이사회가 다음주로 미뤄지면서 다른 업체들의 28일 입찰 참여 여부는 요원해졌다.
이날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노조는 “각종 금융사고와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확인된 경영실패도 모자라 내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외부로 표출한 것은 경영진의 무능력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KB금융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커지자 내달 말 국민은행뿐만 아니라 KB금융지주의 내부 통제 전반에 대해 정밀 진단을 실시하기로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