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방송 시작 직전 “사퇴합니다”…KBS 홍기섭 취재주간, 4일이 ‘마지막’

개표방송 시작 직전 “사퇴합니다”…KBS 홍기섭 취재주간, 4일이 ‘마지막’

기사승인 2014-06-04 22:04:55

KBS 홍기섭 보도국 취재주간이 지방선거가 열린 4일 마지막 개표방송을 진행했다. 홍 취재주간은 이날 개표방송에 들어가기 직전 사내 전자게시판을 통해 보직사퇴 의사를 전했다.

여기서 홍 취재주간은 “저도 이제 보직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임명된게 지난 5월 13일이니 딱 3주가 지났군요”라고 밝혔다.

그는 기자직에 첫발을 내딛은 과거를 회상하며 현재의 ‘KBS 사태’를 참담한 눈길로 바라봤다.

홍 취재주간은 “격동의 87년이라고 하죠. 27년전인가요. 수습 꼬리를 채 떼기도 전에 14기 동기 기자들이 공정보도를 외치며 농성하고 대자보를 써붙인 일로 모두가 지방으로 쫒겨난 적이 있었지요”라고 떠올렸다.

홍 취재주간은 길환영 사장을 향해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면서 “지금까지 어느 편에도 선 적이 없는 중간인·회색인으로 살아왔습니다. 좌파노조나 기자 직종 이기주의란 말은 거두어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제 홀가분해졌습니다. 보도본부 국장단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후배 동료의 지방발령인사가 취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더 이상 설자리도 할 일도 없어졌기 때문”이라면서 “두번째 본부장마저 붙잡지 못하고 떠나는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자리를 지킬 수 있겠습니까”라고 밝혔다.

홍 취재주간은 “후배 여러분께 한마디 드립니다. 개표방송은 선거기획단장과 보도본부장이 급히 요청해 받아들였지만 차마 번복할 수 없었습니다”라면서 양해를 구했다. 이어 “개표방송은 공영방송의 중요한 책무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개표방송을 마지막으로 보직사퇴하려 한 저의 뜻을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장님, 국민의 방송 KBS를 지켜주십시오. 사장님의 용단을 간절히 기다립니다”라면서 글을 마쳤다.

홍 취재주간은 이날 ‘방송독립’이라고 적힌 노란 배지를 달고 개표방송을 진행했다.

1987년 KBS 기자 공채 14기로 입사한 홍 취재주간은 2005년 한국방송대상 앵커상을 수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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