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도 숙박업·자회사 설립 가능…일부 의사·약사·환자단체 반발

병원도 숙박업·자회사 설립 가능…일부 의사·약사·환자단체 반발

기사승인 2014-06-11 15: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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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병원을 경영하는 의료법인도 자회사를 세워 온천, 호텔 운영 등 부대사업을 영리 목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일부 의료계, 약사들, 그리고 환자단체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확대와 영리자회사 설립을 두고 사실상 ‘영리병원 허용’이라며 반발에 나섰다.


◇복지부, ‘의료법인 부대사업 범위 확대’ 개정안 입법예고= 보건복지부는 11일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 확대를 골자로 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입법예고 후 규제 심사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8월 시행될 예정이다.

현행 의료법에는 병원은 부대사업으로 노인 의료복지 시설과 장례식장·주차장·휴게음식점 등을 운영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메디텔, 여행업, 목욕업, 건물 임대업 등을 할 수 있도록 대폭 확대될 방침이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의료법인도 자회사를 세워 외국인환자 유치, 여행업, 국제회의업은 물론, 체력단련장과 실내수영장을 포함한 체육시설, 목욕시설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숙박업(일명 메디텔)과 서점은 시도지사가 공고하지 않아도 할 수 있도록 행정절차를 간소화했다. 의수와 의족, 전동휠체어 등 장애인 보장구를 맞춤제조하고 수리할 수 있는 시설도 운영 가능하다. 이러한 부대사업들은 의료법인이 직접 하거나 제3자에게 위탁, 임대해 할 수도 있다.

복지부는 “병원 고유의 목적이 ‘의료 서비스’이므로, 이러한 본업이 지장을 받지 않도록 자회사에 대한 투자 규모는 의료법인 자체 순자산의 30%를 넘을 수 없게 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운용소득의 80% 이상을 진료 등 목적사업에 사용하고 출연자 및 그 특수관계인 친인척이 이사 현원의 5분의 1을 초과하지 않는 것 등을 요건으로 한다.

다만 자회사 설립이 가능한 의료법인은 ‘성실공익법인’ 자격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또한 현재 허용되고 있는 부대사업은 의료인 등 양성·보수교육과 산후조리, 노인의료복지시설업, 조사 연구, 장례식장, 의료기기, 구내식당·매점, 이·미용업, 은행업, 시도지사 공고를 통한 숙박업, 서점 등이다.
더불어 건강기능식품 및 화장품 등의 판매사업, 의료기기 구매지원은 과잉진료 등 환자와 의료인의 진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이번 부대사업 확대에서 제외됐다.

복지부는 또 이러한 부대사업을 담당하는 자법인 설립을 허용하고 남용방지책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사업범위는 우선 의료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의약품·의료기기 연구 개발과 의료관광분야, 의료기술 활용 분야로 한정했다. 외국인환자 유치와 의료관광호텔 등 숙박업, 여행업 등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권덕철 보건의료정책관은 일각에서 우려하는 ‘의료영리화’ 논란을 두고 “자본이 외부로 유출돼야 영리행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자법인의 수익이 다시 의료법인으로 돌아가 병원의 고유목적사업으로 사용하게 된다. 자본이 외부로 유출돼지 않으므로 영리행위로 볼 수는 없다”고 전했다.

◇일부 의사단체 “의료영리화 허용, 의사들 과잉진료 심화될 것”= 야권과 일부 의료계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러한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이 ‘의료 영리화’를 부추길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의료단체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11일 성명을 통해 “영리자회사는 사실상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이 영리적 회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수익이 배당된다는 점에서 영리병원과 하등의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영리자회사가 하는 사업이 병원의 부대사업이므로 실제로 의료비 폭등과 의료불평등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병원이 자회사를 통해 수익배당을 하게 되면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인들도 수익성에 크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병원이 고가의 신형장비를 하나 가지고 들어와도 그 장비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과잉검사 및 과잉진료가 이뤄지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결국 의사들도 병원자본에 종속돼 독립적인 자신의 영역조차 더욱 침해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약사들도 반발, “국민 건강, 장사치에게 내팽개친 정부” 비판= 약사단체인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국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장사치에게 내팽개친 박근혜 정부는 의료민영화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는 “병원인지 쇼핑몰인지 모를 이 공간을 찾을 국민들은 온갖 상술로 포장된 이곳에서 어쩔 수 없이 돈 지갑을 열게 되고 이는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정부는 무분별한 의료비 상승으로 인해 민간보험이 확대되고 건강보험이 파탄난다는 모두가 우려하는 의료민영화의 시나리오를 스스로 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만약 병원에서 직영하는 메디텔 혹은 부동산 자회사가 약국을 입점 시킬 수 있다면 병의원과 약국간의 담합 금지라는 의약분업의 기본적인 원칙조차 흔들리게 되는 셈”이라며 “정부가 작년 12월부터 지속적으로 추진 의지를 밝히고 있는 영리 법인 약국까지 허용된다면 돈 없는 국민들은 이제 무슨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어떤 약국에서 약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라고 우려했다.

◇환자 및 시민단체 “의료영리화 허용, 의사들 과잉진료 심화될 것”= 일부 환자단체는 이번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결국 ‘의료상업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11일 성명서를 내고 “환자 대상 강매 우려가 높은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이나 의료기기 구매지원이 부대사업의 범위에서 제외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평가하면 의료상업화의 심화”라며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확대와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은 환자를 치료의 대상이 아닌 수익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의료비 상승 및 의료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또한 병원과 의료 관련 회사들이 서로 손잡아 영리 자회사를 만들게 되면 그 자회사를 통해 자신들이 연구개발한 의약품, 의료기기를 그 병원에 독점적으로 납품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이들 단체는“그런 상황에서 영리 자회사로부터 비싼 의료기기라도 들여온다면 그 비용을 다 뽑아내기 위해 과잉진료가 일어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라며 “한마디로 병원이 환자를 상대로 광범위한 장사를 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한국의료체계는 구조적으로 모든 동네의원과 병원의 절반이 개인사업자로서 이미 영리활동을 통한 이윤추구에 목을 메야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발표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상업화를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의료상업화를 부추기는 정부의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 확대 및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 방침에 반대함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또한 참여연대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정책은 의료법에 벗어난 것이고, 국민적 합의나 입법권을 무시한 채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정부가 시행규칙 개정안과 가이드라인 제정으로 의료법인 영리 자회사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적 합의나 국회의 입법권조차 무시한 채 병원을 영리화, 상업화해 의료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결국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정책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근거법령인 의료법에 위반되고 결과적으로는 병원시설의 상업화를 가져와 환자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의료기관의 본질을 왜곡하는 정책으로 철회돼야 한다”며 “정부는 편법적인 의료영리화 정책을 당장 중단하라”고 언급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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