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던 10대 여학생이 뇌사상태에 빠지는 등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성형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잇따른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더욱이 의료기관 간의 과다 경쟁과 상업화로 인해 환자들의 건강권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진상조사위원화와 상임이사들의 도움말을 통해 불법 성형실태를 파악하고 현황을 알아본다.
◇뒤바뀐 의사, 귀신보다 무섭다는 ‘쉐도우닥터’= 환자는 유명병원을 찾아 해당 병원의 유명 의사에게 수술을 받고자 한다. 하지만 수술을 받고자 원했던 의사는 수술 현장에 없고 다른 유령의사(쉐도우 닥터)가 대리수술을 하는 사례가 잇따라 밝혀졌다.
병원들은 각종 광고를 통해 이른바 ‘유명의사’를 만들어 환자에게 그 의사가 수술할 것처럼 상담을 한다. 하지만 실상은 환자에게 수면마취제를 투여해 잠을 재우거나 전신마취 후, 대리수술을 하는 의사가 들어와서 수술을 하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이며 비윤리적 의료행위이다. 심지어 성형외과전문의가 아닌 의사가 대리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형외과의사회는 “이제는 외국인들조차 대리수술의사의 존재를 알고 있을 정도가 되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의사회는 이러한 행위를 반윤리적 범죄행위로 간주하고 한 유명 성형외과를 검찰에 고발했다.
대리수술 자체만으로는 의료법 위반이 될 수 없다. 정부의 법적 규제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리 수술하는 자가 의료 면허가 없는 경우에만 처벌받을 수 있다. 차상면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회장은 “수술을 받는 환자가 자신이 원하는 집도의가 수술하는 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CCTV 등을 설치해 증거를 확보할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량 수면마취제 투여, 환자 생명 위협= 불과 10~20여년 전만해도 성형수술 시에 수면마취제를 투여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술 시에 대량의 수면마취제를 투여해 각종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한편 의사면허대여까지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근래들어 연예인의 불법적인 프로포폴 투약을 비롯해, 성형수술 환자가 마취제 프로포폴을 투약 받고 사망하는 사례가 늘며 이러한 수면마취의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쉐도우닥터들이 대리수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수면마취제보다 좋은 수단이 없다는 게 일부 병원 사례들을 통해 밝혀졌다. 의사가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환자를 속이기 위해 대량의 수면마취제를 투여하게 되고, 대량의 수면마취제를 유통하기 위해서 의사면허를 대여하여 의료기관을 계속해서 개설하고, 불법행위를 감추기 위해서 면허대여자를 바꿔가며 운영을 하는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간호조무 학원생의 수술 투입= 격무에 시달린 직원이 퇴직하면, 자격증이 없는 간호조무사 학원생들이 그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유명 성형외과에서는 자격증도 없는 간호조무사 학원생에게 수술 보조를 맡긴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학생들이 일반 주사는 물론이고 마취 주사약까지 직접 투여했다는 증언이 쏟아지며 언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해당 병의원과 의사들에 대해 회원제명, 회원자격정지 등의 엄중한 징계 조치를 취했으며, 향후 상기 문제점 뿐 아니라 다수의 위법사실이 적발될 경우 사법기관에 고발 조치도 불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공장식 성형, 릴레이 수술의 폐해= 대형 성형외과에서는 공장식 성형수술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한 의사가 하루 100명~150명 이상의 수술을 한다는 제보도 있었다. 이는 환자를 기망하기 위한 쉐도우 닥터를 쓰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성형외과 의사 중에서도 수술은 잘 하지만 상담이 떨어지는 경우 등은 협진이나 동의를 받고서 수술을 하면 환자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스타의사를 내세운 마케팅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이러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르지 않을 수 없다.
즉, 많은 다수의 병원이 대형화라는 목표에만 함몰되어 대리수술을 거의 관행처럼 해오다가 최근 여고생 뇌사 사건을 계기로 제동이 걸렸다. 적정 수술건수는 의사 개개인의 능력이나 수술의 종류에 의존하기 때문에 수술건수를 객관화 하기는 힘들다. 무분별한 광고로 과당경쟁이 되어버려 성형수술비가 내려간 상황이라 대부분의 성형외과는 수술을 많이 하지 않으면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가 되고 이를 이기기 위해서는 덤핑이라는 질을 무시한 진료행위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하루에 가능한 성형 집도건수는 보톡스, 필러 등 간단한 수술은 거의 숫자를 정하기 힘들다. 하지만
눈수술이나 코성형 등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서 디자인을 하고 동의서를 받는 과정을 거친다면 수십 개씩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수익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동의 받지 않은 유령의사가 대리로 수술하는 쉐도우 닥터라는 말이 나온다. 주로 유명 성형외과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돈이면 다 된다!’, 상담실장 등 비의료인의 수술 권유= 상담실장에 의한 수술결정은 성형외과의 관행처럼 되고 있다. 진료시에 환자는 상담실장 또는 상담 코디네이터가 고객에게 권한 수술을 의사에 판단 없이 진행해야 한다는 조항도 일부 성형외과의 계약조건에 명시돼 있었다.
비의료인인 코디네이터와 상담실장이라는 직급으로 상담을 하는 자들은 환자의 건강이나 문제를 보고서 상담하는 것이 아니고 경제력, 위치를 보고 돈을 얼마나 지불할 수 있고 문제가 생길 때 환자들의 불평을 피할 수 있느냐 등에만 관심을 가진다. 또 인센티브라는 유혹에 빠져서 환자를 환자로 보지 않고 고객이 라는 상품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절대 해야 하지 말아야 하는 수술 등의 상담을 상담코디네이터가 해서 의사에게 수술을 결정하는 행위는 환자의 목숨도 뺏어 갈수 있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에서도 불법으로 간주해 단속할 계획임을 밝혔다.
박영진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기획이사는 “의료사고로 알려져서 소비자원 등에서 조정하는 상당부분은 의료지식이 부족한 상담코디네이터의 무리한 실적 경쟁에 의한 주관적 불만족이 다수 차지한다”며 “상당코디네이터의 월권행위에 대한 강한 법적 책임만이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외환자 유치라는 명목으로 얻는 과도한 수수료, 정부 무관심 심각= 과거 의료관광이라는 명목 하에 해외환자알선이 허용될 때 수수료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했다. 하지만 수수료 가이드라인은 전혀 지켜지지 않다는 게 의사들의 진언이다.
박영진 기획이사는 “정부의 무관심으로 그냥 시장에 맡기다 보니 현재 거의 시궁창 수준이다. 수수료 많이 주는 병원으로 주로 환자를 데려가기에 의료의 질와는 무관한 전형적인 상행위와 같이 되 버렸다. 이익이 많이 나는 곳에 상인들이 꼬이는 이치와 같다”고 지적했다.
일정수준 이상의 수수료를 받는 업자를 고발하여 엄벌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힘들다는 게 박 이사의 설명이다. 박 이사는 “이러한 병폐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대형 성형외과는 크기와 화려함으로 무장해 해외환자가 많이 찾고 있지만 의료서비스의 질은 대부분 대리수술의사로 꾸려져 있다. 대리의사를 쓰지 않는 병원으로의 유도가 의료관광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전장비 미비, 마취과의사의 상주문제= 현재 상당수의 성형외과가 안전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성형전문의 병원의 안전성 미비가 더 큰 문제로 여겨진다. 현장에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사용자나 관리자의 마인드 문제가 더 큰 문제로 여겨진다.
의사화 실태 조사 결과, 안전장비가 있어도 위치나 사용법을 모르는 직원도 많다. 서울 강남의 유명성형외과 병원에서는 최신 시설을 갖추었으나 위치, 사용법을 몰라서 환자 사망 사고 등의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의 대안으로는 성형외과 의사배출시에 윤리교육 이수자에 한해서 성형외과전문의 자격을 주고 현재 개원이나 근무하는 성형외과의사에 대해서도 의무적으로 윤리교육확인서가 있어야 업무를 하게끔 해야 할 것이다.
마취과의사의 상주문제도 큰 문제다. 마취과가 아무리 많아도 관리자의 자세나 교육수준이 안전을 중요시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문제가 되었던 유명 성형외과의 환자 사망사고도 마취과의사가 많이 있었지만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박영진 기획이사는 “사실 마취과 상주는 대형병원들이 만들어낸 또 다른 마케팅의 일부일 뿐”이라며 “결국 성형도 의료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환자 안전을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